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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니? 참 이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여우야.”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쓸쓸하단다.”
“난 너하구 놀 수가 없어. 길이 안 들었으니까.” “그래? 미안해.”
조금 생각하다가 어린 왕자가 덧붙였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니?”
“넌 여기 사는 아이가 아니구나. 무얼 찾고 있니?” “사람들을 찾고 있어. 그런데 길들인다는 게 무슨 말이니?” (중략)
“모두들 잊고 있는 건데,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여우가 대답했다.
“관계를 맺는다구?” “응. 지금 너는 다른 애들 수만 명과 조금도 다름없는 사내애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구 나는 네가 필요 없구, 너는 내가 아쉽지도 않은 거야. 네가 보기엔 나도 다른 수만 마리의 여우와 똑같잖아?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아쉬워질 거야. 내게는 네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것이구, 네게도 내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될 거야.”
셍떽쥐베리의 “어린왕자”중에서


 

어린시절에 한번쯤은 읽었을 “어린왕자”라는 책은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하게되는 책이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어린이의 관계를 대하는 순수함은 이것이 주는 울림에 민감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른다.

 

우리들은 삶을 살아가면서 관계가 주는 아름다움과 위안 그리고 즐거움과 힘을 잃어 버린다. 오히려 관계가 주는 불편함과 성가심, 나아가 심지어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두운 밤에 만나는 것들 중에 가장 두려운 것이 “사람”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다른 사람을 두려워 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즐거움을 공유하기 보다 서로 싸우며 투쟁하여 이겨야 하는 대상이 되었기 때문일테고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간혹 첫 인상이 험악한 사람들을 본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고보면 우리는 이내 그 안에 있는 사람됨을 발견하고 친밀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깊이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너무 쉽게 우리에게 주어지는 인상이나 감정에 속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현대의 삶은 그런 깊은 사귐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에 쓴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이야기 처럼 어린왕자와 여우가 시간을 두고 서로를 길들여 가는 과정이 필요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시간을 참아낼 인내와 시간이 부족하다.

 

심지어는 하나님을 알아 가는일에 있어서도 그렇다. 어떻게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그분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조급하다. 하나님을 빨리 분석하고 그 말씀을 빨리 이해하려고한다. 덕분에 내가 가진 지식과 생각이 동원되어 하나님을 설명하려고한다.

 

관계는 필연적으로 시간을 필요로한다.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이건 아니면 공동체나 사물과의 관계이건간에 그렇다. 더욱 그 대상이 하나님이라면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들도 시간이 쌓여가면 너무도 사랑스럽고 귀한 존재가 되는데 우리는 서로에 대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서로 참아내고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빨리 그리고 쉽게 관계를 정리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가족과 교회로 묶으셨는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묶여서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맺어 가도록 말이다. 어찌 모든 관계가 그저 시간만 흐른다고 아름다워질 수 있겠는가? 그렇다해도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다.

 

서로를 향해 한걸음 다가서서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가져주며 나의 것을 나누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성도들 안에서 그런 관계맺음이 풍성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향해서도 그렇게 깊은 관계맺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며 애쓰는 노력이 있기를 기도한다. 친밀하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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