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괜찮은 놈?”

2014.11.13 14:00

lfkpc 조회 수:350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이응도목사님의 칼럼입니다.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이 되어 나누려고 올립니다.

 

 “알고 보니 괜찮은 놈?”


제가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 한 분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체육을 담당하셨던 김태환 선생님입니다.  원래 사회학을 전공하셨지만 체육을 좋아하셔서 체육과목을 가르치는 분이셨습니다.  우리가 별명을 ‘우대’라고 붙일 만큼 가슴과 팔 근육이 너무 발달해서 항상 팔을 좌우로 벌리고 걸어 다니시는 분이었습니다. 


고 2때 저희 반 교실은 학교 건물 중앙 조례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저희 반은 방과 후 청소 시간이 되면 7-8명 정도가 나가서 조례대를 쓸고 정리해야 했습니다.  하루는 저와 친구들이 청소를 하러 나가서 장난을 쳤습니다.  한참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놀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통수를 ‘딱!’ 하고 때렸습니다.  “누구얏!”하고 돌아보니 험악한 표정의 ‘우대’ 선생님이었습니다.  “이노무 자식이...”하시더니 막무가내로 때리려고 하셨습니다.  갑자기 발생한 일이라 당황하기도 했고, 뭐 그런 일로 이렇게 사람을 때리나...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팔로 선생님의 구타를 막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왜 이러십니까...?  이러지 마십시오....”를 외치면서 뒷걸음을 쳤습니다.  선생님은 조례대를 돌면서 저를 때리려고 하셨고, 저는 계속 피하고 도망쳤습니다.  학생들이 점점 모이고 선생님은 점점 지치셨습니다.  “너 이름이 뭐야?  2학년 3반, 이응도...?  너 오늘 수업 마치고 학생주임실로 왓!”


여러분, 혹시 학교 다니시면서 학생주임실로 끌어가보셨습니까?  거의 죽어서 나오는 곳입니다.  도망갈 곳도 없고, 또 여러 선생님이 계셔서 막을 수도 없고... ‘아... 이제 죽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몇 대 맞을걸...’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선생님이라는 분이 학생을 그 정도의 일로 그렇게 때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에잇... 학교를 그만 둘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날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방과 후 각오를 단단히 하고 학생 주임실로 갔습니다.  학생부 선생님이 여러분 계실 줄로 알았는데, 의외로 김태환 선생님 한 분만 계셨습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의자를 권하셨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았습니다.  “이응도, 니 아까 많이 아팠제?  괜찮나?”  뜻밖의 말씀이셨습니다.  “괜찮슴미더.... 별로 안맞았심미더.”  선생님은 빙긋이 웃으시며.... “이노무 자슥.....”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그 담임 선생님한테 오늘 니를 반쯤 직이놓겠다고 허락을 받으러 갔다아이가.... 니 담임이 이차환 선생님이제..?”  “예....”  “그런데 니 알고 보니 착한 놈이라 카데...  생활 기록부 보니까 말썽 피운 적도 엄꼬...  성적도 좋고.... 니 아부지가 목사님이고 니는 기독교 학생회 회장이라매?  나도 요새 교회 댕긴다.... 내가 별거 아닌 일에 너무 심하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  선생님은 저의 어깨를 툭툭 쳐 주셨습니다.   아마도 저희 학교 역사에 학생주임실로 끌려가서 선생님과 웃으면서 나온 학생은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김태환 선생님은 좀 급한 성격을 가진 분이셨지만 또 참 좋은 장점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물론 저에 대한 첫인상은 정말 안좋았을 겁니다.  감히 조례대에서 껑충껑충 장난을 치고 있었으니 정말 문제가 많은 학생이라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큰 벌과 책망을 하시기 전에 다른 사람을 통해서 제가 누구인지 알아보셨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이 아닌 다른 사람의 관점과 평가를 들으려고 하신 것입니다.  제가 뭐 그리 대단한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저의 담임 선생님의 평가와 저에 대한 기록을 통해서 저를 다시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통해서 저를 보신 것이 아니라 저를 통해서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셨습니다.  그랬더니 화를 낼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신 것입니다.  오히려 많이 격려해주셨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이 없으십니까?  문제를 통해서 한 사람을 해석하신 일은 없습니까?  그랬더니 그 사람의 모든 행동, 삶의 모습이 다 문제로 보이지 않던가요?  사람이나 사물, 현상이나 관계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신 적은 없으신가요?  하지만 사람이 가진 문제는 그 사람의 삶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한 때 사람이 만드는 문제 또한 그 때의 문제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그 사람은 모든 문제보다 훨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오늘 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살다보니 사람들의 많은 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문제를 통해서 사람을 보면 그는 문제적 사람이 되어 삶의 전부가 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가치와 존엄이 전혀 없게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문제 많은 사람도 그 어느 누구에게는 좋은 친구, 사랑받는 아들, 존경받는 부모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문제로 얼룩진 것처럼 보여도 어느 누구에게는 참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입니다.


문제를 통해서 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통해서 문제를 다시 해석하면 그 모든 문제는 다소 견딜 만 하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저의 좋은 점을 통해서 연약한 점을 이해해주셨던, 저의 성장에 큰 거름이 되어주신 은사님을 기억합니다.  저도 그런 시선을 가지고 싶습니다. 


이응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