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구촌 곳곳을 돕는가 - 책 소개

2011.06.30 10:14

김요환 조회 수:1974

이 글은 인터넷에 소개된 책소개 글을 나누는 것입니다.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면서 여전히 나의 감사 제목을 찾기위해 애쓰는 나를 보면서
수많은 은혜와 복 가운데 거하는 나의 삶이 다른 이들의 불행을 비교해 봄으로
얻어져서는 않될 것이지만 그들의 아픔을 한번이라도 기억함으로
그들을 위한 기도한번 마음 한번 나누기를 이 감사의 계절에 소망합니다.
그 부끄러운 마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왜 지구촌 곳곳을 돕는가

책을 보다   by해를그리며

 

이 책의 저자 소노 아야코는 일본의 유명 원로 소설 수필가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도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계로록戒老錄)》, 《행복하게 나이드는 비결(중년 이후中年以後)》,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경우록敬友錄)》,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오늘을 감사하며》,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부부 그 신비한 관계》등 다수가 있다. 


이 책의 원제는 《빈곤의 광경》이다. 저자가 NGO 감사관으로 있으면서 수십 년 간 10여국을 다니면서 체험한 빈곤의 광경들을 담았다. 그 광경에 대한 저자의 느낌이나 생각은 되도록 배제하며 글을 썼다. 그들의 입장에 있지 않으면서 그들이 사는 모습이나 생활방식에 대하여 평가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빈곤의 현장들을 적고 있다. 그 빈곤의 현장은 우리가 책에서 익히 본 풍경일 수도 있도 혹은 상상조차 못했던 광경일 수도 있다. 그러한 풍경들에 대하여 저자는 일체의 감정을 주입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그 빈곤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 이외의 것은 사족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 풍경 1 - 에이즈 걸린 아기에게는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빈민국에서는 아이들을 많이 낳는다. 그들은 다른 놀이가 없다. 할 일도 딱히 없다. 그래서 남는  많은 시간에 섹스를 한다. 집이나 방이라는 것이 제대로 생긴 곳도 많지 않다. 그저 빗줄기라도 막아줄 수 있는 지붕이라도 있다면 감지덕지다. 그런 곳에서 한가족이 뒹굴며 생활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부모가 섹스하는 것을 빈번히 보게 되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크면 섹스를 하기 시작한다. 피임할 여건도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많이 낳게 되는 것이다. 이 나라들은 에이즈의 감염율도 높다.

에이즈 환자에게서 태어난 아기가 HIV양성이 되는 이유는 유전이 아니라 수유때문이다. 수유를 중지하고 분유를 먹이면 감염율이 떨어지겠지만, 분유를 타서 먹일 물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분유를 먹였다가는 에이즈에 감염되기 전에 아기들은 설사로 죽게 된다. 200cc의 물을 끓이기 위해 한 묶음에 1달러나 하는 장작을 지피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에게 젖을 빨던 기억이라도 만들어 주는 게 낫다고 그곳 엄마들은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에이즈에 걸려 양성반응이 나온 아기들에게는 더 이상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이들 나라의 엄마들이 특별히 비정해서 그런 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그나마 건강한 형제들도 충분히 먹일 수가 없기 때문에 살 가망이 없는 아이는 뒤로 밀려나게 되는 것일 뿐이다.

# 풍경 2 - 체중이 늘지 않는 아이에게는 무료급식을 중단한다.

수많은 아이들이 영양결핍 상태에 있기 때문에 뼈가 앙상하게 보이는 모습들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음식을 무료급식 한다. 그렇게 일정기간 무료습식을 한 후 체중을 측정하여 체중이 늘어나지 않으면 급식소에서는 그 아이에게 더 이상 음식을 나눠주지 않는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야박하게 아이를 대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이가 급식받은 음식을 먹었다면 체중이 늘었을 것이다. 그런데 체중이 늘지 않은 까닭은 급식받은 음식을 집으로 가져가서 다른 형제들에게 줬거나 혹은 부모가 빼앗아 팔아서 다른 곳에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행위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체중이 늘지 않으면 무료 급식을 중단하는 것이다.

# 풍경 3 - 한 여름에도 겨울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

뜨거운 태양이 내려 쬐는 여름인데도 겨울에 입을 두터운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이유가 뭘까? 그것은 그 옷이 아이의 전 재산이기 때문이다. 또 옷을 보관해둘 곳도 없다. 그래서 계속 입고 다니는 것이다. 또 허물어져 가는 벽으로 된 집에 들어가보면 별의 별것이 다 있다. 사람이 편히 누울 공간도 없는데 찢어진 타이어, 찌그러진 파이프, 철판쪼가리, 깨진 형광등 기타 등등이 방에 가득차 있다. 왜 소용도 없는 그것들이 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그 물건들이 그들의 전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거리를 가다가 보이는것은 무엇이든 들고 돌아온다.

# 풍경 4 - 먼 길을 회충약 먹이러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

그곳은 교육이 전무한 곳이기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에도 많은 문제가 생긴다. 아이에게 회충약을 일주일에 한번 어른의 절반을 먹이라고 말해도 일주일과 절반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에 데리고 와서 먹이겠다고 아이의 엄마는 말한다. 체력이 바닥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얼마나 먼 거리를 오는지 알 수가 없다. 집이 어디냐고 물어도 10킬로미터인지 20킬로미터인지, 1시간 걸리는지, 2시간이 걸리는지 거리나 시간에 대한 개념도 없다. 그저 삐쩍 마른 몸을 하고서 때약볓이 내려쬐는 길을 하염없이 걸어서 가서 아이를 데리고 온다.

이 책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런 빈곤의 광경이 숱하게 나온다. 또 부조리한 모습도 숱하게 나온다. 그러한 풍경들에 대하여 저자는 어떠한 주장도 삼가하려 한다. 그저 우리의 상식을 여지 없이 깨뜨리는 그런 빈곤의 광경을 보여주려 할 뿐이다.

그런 빈곤의 광경을 보며 독자는 무엇을 느낄 것인가?
그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이 어떠하던간에 자신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재확인하는 것일 것이다. 자신은 부족함을 호소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은 이미 풍족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다만 그러한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