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7 12:23

불편함을 즐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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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고 겨울이 되면서 꽤 추운 날씨가 시작됩니다. 런던의 겨울이 비교적 해가 적고 눈이 많은 날씨여서 그런지 몰라도 겨울이 시작되면서 벌써 여름이 그리워집니다. 낙엽이 져버린 나무들에 빨리 새싹이 돋고 더운 공기에 시원한 바람이 불면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여름에는 가끔 눈이 그립기도하고 시원한 날이 빨리 왔으면 싶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캐나다 사람들이 코로나 기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여행과 캠핑을 꼽았습니다. 아마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가지고 싶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겨울이 시작되면 또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다음 여름에는 꼭 캠핑을 가야지 결심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여름이면 가능하면 한 번 이라도 아이들과 캠핑을 가려고 합니다. 가까운 파이너리 공원이나 조금 떨어진 캠핑장을 찾아서 가노라면 예약하고 기다리는 시간부터 벌서 즐거움이 마음에 차오릅니다. 그렇지만 정작 캠핑을 가려고하면 준비할 것들이 많고 힘이듭니다. 겨우 하루 이틀에 불과한 시간이어도 뭐가 그리 챙길것이 많은지 물건을 챙기고 싣다가보면 다음에 또 캠핑을 가게 될까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캠핑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자연에 가서 그 자연을 즐기려면 먼저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캐나다는 특별히 잘 갖추어진 캠핑장들이 많지만 때로는 국립공원 내에 있는 것들 처럼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시설만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곳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자고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씻고 쓰레기를 버리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일까지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습니다. 캠핑을 가려다가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아마 이런 불편함을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작정하면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인공적인 소리가 전혀 없는 조용한 자연의 저녁시간과 별들이 쏟아지는 밤 하늘을 볼 수도 있고 다른 것들에 신경쓰지 않고 가족끼리 혹은 같이 간 사람들끼지 모닥불을 앞에 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함께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숲속을 다니거나 카약이나 패들보드를 타고 물 위를 떠 다닐 수도 있습니다.

 

늘 바라보는 것들이지만 내가 선 곳이 달라지거나 바라보는 자리가 달라지면 전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인 인간의 신비로움 이기도 합니다. 생각보다는 경험이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기는 법입니다. 할수만 있다면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입니다.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또 다른 지혜로움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늘 익숙하던 것에서 떠나 조금은 느리고 불편한 것들을 사용하면서 내가 누리는것에 감사하게 되고 때로는 내가 편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다른 무엇인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들도 배우게 됩니다. 불편이라고 표현하지만 편리함을 위해 우리가 지불하는 것들이 꽤 많습니다. 그저 나의 물질이나 노력이라면 괜찮지만 그것이 자연의 희생이나 다른 이들의 수고나 착취에 의한 것이라면 고민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그 창조하신 것들을 인간에게 맡기셨습니다. 잘 사용하고 경작해서 다스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위에 군림하거나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있게 다스리고 경작해서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하셨습니다. 탐욕이 아니라 선하고 의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일에 관심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슈들이 가득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12월을 지나면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중에 혹시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더 자유로움을 누리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나의 즐거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이 세상, 자연의 즐거움을 책임지는 그리스도인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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