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1 12:43

벌써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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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해 가는 12월입니다. 성탄의 계절이고 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시간들입니다. 날은 빨리 어두워지고 또 춥습니다. 활발하게 움직이기 보다는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시간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겨울은 돌아봄의 시간이자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꽤 조급한 존재인 모양입니다. 항상 시간을 앞서가고 계절을 앞서 갑니다. 옷가게들은 한 계절이나 두 계절을 앞서서 옷들을 전시합니다. 우리의 기대도 오늘보다 다음에 할 일들이나 일어날 것들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것들도 그렇지만 걱정도 또한 앞서 하는 경향이 있어서 미리 미리 걱정하고 그로 인해 마음을 어렵게 하곤 합니다. 물론 그런 걱정이 있어서 위험을 방지하기도 하고 앞으로 일어날 실패들을 미리 대책을 세워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님의 창조물들도 그렇지만 유독 사람들은 더욱 내일을 걱정하고 준비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시간을 미리 살아가는 것은 현실의 팍팍함이 한 몫을 하고 있을테지만 미래라는 기대가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과 소망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은 이곳에 발을 디디고 있지만 내일은 조금 더 멋지고 평안한 곳으로 올라 가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서 그렇게 가대하고 걱정하는 것입니다.

 

눈이 옵니다. 올 겨울은 얼마나 많은 눈이 올지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하늘에서 포근히 내리는 눈송이들은 마음을 평안하게 하기도 합니다. 세상 어지러운 소리를 덮어주고 내 생각이 들뜨는것도 가라 앉혀 주기도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지난 일년을 돌아보고 반성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김 없이 눈이 옵니다. 이 눈을 바라 보면서 지난 시간을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지친 시간을 지나 왔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를 지키시고 인도해 주신 은혜를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한 해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혼란했을 때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우리의 삶이 이렇게 큰 변화를 겪었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교회도 함께 예배 드리는 것이 이토록 소중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12월이고 겨울이 아직도 한참 지나가야 하지만 마음은 벌써 봄을 기다립니다. 아직 길고 지루한 겨울을 보내야 하는 것 때문에 오히려 봄을 더 간절히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빨리 나무에 물이 오르고 싹이 나기를 기대합니다. 하늘이 푸르고 공기는 신선한 아침을 생각합니다. 나무 잎이 푸르러 나무를 온통 덮고 덕분에 시야가 시원한 푸른 색으로 가득한 그 날을 기다립니다.

 

겨울이 깊지만 봄을 기다리는 것은 이 겨울이 싫어서만은 아닙니다. 봄이 주는 생명과 소망이 내 속에 일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생명으로 가득하게 하실 때에 내 마음에도 하나님이 주신 생명으로 풍성해 지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마치 봄이 되면 세상에 모든 만물들이 새로 태어나는 것 같고 하나님이 그 얼었던 곳을 생명이 충만하게 만들어 주시는 것 같아서 나도 덩달아 그 은혜 안에 속해 소망을 누리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봄이 오면 마음 한 구석에 담아 두었던 소망의 씨앗을 꺼내 조심히 땅에 심습니다. 올해 내 안에서 맺어지기를 바라는 열매를 심으며 내가 자라고 풍성해 져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 맺는 나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을 향하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봄을 소망하면서 아직도 내 속에 기대와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겨울을 지나면서 뻘써 봄을 소망하는 조급함을 발견합니다. 그 소망을 가지고 이 겨울을 잘 지내기를 원합니다. 겸허하게 나를 돌아보고 낮은 나의 연약함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비록 고통스럽고 속상하는 시간이지만 그래도 이 겨울이 지나야 나무가 단단해지듯이 겨울을 지나면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내 속에 소망을 심고 열매로 거둘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될 것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면서 벌써 내년 이른 봄에 교회 화단에 올라올 새싹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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