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bamboo-1224039_960_720.jpg

 


요즘 한국의 대학들이나 커뮤니티들에 대나무숲이란 것이 유행하듯 번지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게시판들이 이곳 저곳에서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대나무숲의 역사적 기원은 <삼국유사>에도 등장합니다. 신라 제48대 경문왕 때, 왕위에 오른 경문왕의 귀가 갑자기 당나귀처럼 커졌는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자신과 두건 만드는 기술자 한 사람 뿐이었다는 겁니다. 

 

왕은 그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에 붙였고 기술자 또한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자신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던 두건 만드는 노인은 도림사 대나무 숲 가운데 들어가 대나무를 바라보고 외쳤습니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에서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소리가 들렸고 왕이 이를 싫어하여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어버렸다고 전해집니다. 그래도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처음에는 대학교에서 또 직장이나 여러 공동체에서 대나무숲이란 인터넷 게시판이 새겨났습니다. 거기에 때로는 실명으로 또는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기도 하고 학교나 공동체의 문제를 공론화 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 게시판에도 좋은점과 나쁜점이 공존해서 익명으로 쓰여지는 글들은 다른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악용되기도 해서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세심하게 걸러지는 보완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면 드러내놓고 이야기 할 수 없었던 억울하거나 속상한 이야기들을 공개적인 자리에 털어 놓음으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거나 공동체의 주의를 환기 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다 드러내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삽니다. 그래서 그 마음들이 속으로 곪기도 하고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속을 다 털어 놓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털어 놓으면서 감정들을 털어 내기도합니다. 물론 지금 내 문제와 떨어진 친구에게 말입니다.

 

상담을 하는 제 친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일단 자기의 이야기를 다 하고 나면 스스로 그 문제의 해답을 찾기도하고 상처를 극복할 힘을 얻기도 한다는 겁니다. 물론 듣는 이에게 그 시간들이 주는 무게는 또 다른 힘겨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담을 하는 이들도 정기적으로 자기의 멘토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이 땅에 살면서 서로의 대나무숲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한다면 성도가 서로에게 아픔을 털어 놓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대나무숲이 되어주시지만 우리도 서로에게 대나무숲이 되어서 들어주고 품어주면 좋겠습니다.

 

들어도 그 이야기를 밖으로 전하지 않고 그를 위해 기도해 줄수 있다면 적어도 우리는 내 마음을 들어줄 좋은 친구 하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게 될겁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 사람의 세상 전체를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그래서 그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일이라고 노래한 시인의 노래처럼 이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1. 삶의 순간들

    오래전 홍콩의 영화중에 “화양연화”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그 제목이 말하는 의미 때문에 깊이 인상이 남았습니다. 제목의 뜻은 ‘인생에서 꽃과 같이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누구든지 자기 ...
    Date2022.11.02
    Read More
  2. 글쓰기와 필기구

    제가 존경하는 선배중에 만년필을 유독 사랑하는 분이 있습니다. 컴퓨터가 일반화되고 거의 모든 필기를 컴퓨터나 테블릿, 혹은 휴대전화로 하는 요즘 세상에 볼펜도 아니고 만년필을 애용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
    Date2022.11.02
    Read More
  3. 시간 관리

    독일의 Marcus Mockler라는 작가는 자신의 글 “신앙을 위한 15분”에서 시간 관리에 대해 쓰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간 관리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다. 당신은 그저 하루 중 매 순간에 한 가지 질문에만 답하면 된다. ‘나는 이 순간 ...
    Date2022.10.16
    Read More
  4. 시간을 잊었을 때

    작년 3월경에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롬브리브스 동굴’에서 딥 타임(Deep Time) 연구 프로젝트라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실험 기획자이자 책임자인 크리스티앙 클로가 이끄는 15명의 남녀 참가자가 40일동안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동굴 안에서 ...
    Date2022.10.11
    Read More
  5. 길을 잃었을 때

    산행을 하다가 조난 당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과 글들을 보면 몇가지 중요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만하지 않는 것과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몇가지 상식들을 알려주는데 대부분은 지...
    Date2022.09.28
    Read More
  6. 감동할까? 부러워할까?

    요즘과 같이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참 여러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예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을 먼나라 이야기에서부터 어떤 사람들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까지 보고 들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많은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Date2022.09.06
    Read More
  7. 자녀를 위한 눈물

    한국에서 청년사역을 하는 후배목사로부터 지금 청년들이 처한 상황과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느때보다 부유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때보다 가난한 세대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가지고 태어난 형편을...
    Date2022.09.03
    Read More
  8. 고집과 믿음

    가끔 TV를 보다가 보면 100년이나 혹은 50년씩 전통을 지키며 장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됩니다. 옛날 음식맛을 지키기 위해서 어머님이 전해주신 방법을 따라 수고스럽게 음식을 하고 고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보면 한편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다가...
    Date2022.08.25
    Read More
  9. 그래도 괜찮아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나 책, 그림이나 공연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전혀 괜찮지 않은 세상과 삶을 지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할것입니다. 요즘 청년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 괜찮다는 위로이고 그래도 힘...
    Date2022.07.30
    Read More
  10. 세대를 넘어서

    최근에 MZ세대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정확히는 198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을 아우르는 말이지만 최근에 이전 세대와 다른면이 있는 세대들을 일컬어 말하는 단어로 쓰입니다. 이 전에도 각 시대를 따라 X세대니 신세대니 하는 말들이 있었...
    Date2022.07.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9 Next
/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