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6 11:27

길을 걸으며

조회 수 15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IMG_8948.jpg

 

 

첫째 아이를 가지고 나서 아내와 함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이름을 “들꽃”이라고 불렀습니다. 비록 호적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 아이가 자라면서 들에 핀 꽃과 같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기도했습니다.

 

들꽃은 그 자체로 어떤 꽃을 부르는 고유명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에 기쁨과 평안을 주는 이름입니다. 넓은 들에 핀 이름 없는 많은 꽃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을 그리기 때문일겁니다. 꽃은 그 하나로도 아름다운 것이거늘 수많은 꽃들이 다투어 핀 들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들꽃은 그렇다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만을 상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들판이라는 이름이 더 강하게 작용해서 꽃을 수식해 주게되면 강인함과 소박함을 드러내는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 온실안에 화분에 심겨진 꽃이 아니라 야생의 거친 바람 가운데 피어난 꽃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바람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또 들판에 심겨진 꽃은 사람에게 보여짐으로 찬사를 받는 꽃의 숙명과는 다른 길을 걷습니다. 때로는 홀로 외로이 피기도 하고 그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을 어느 누구 바라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연 가운데 스스로 피워 낸 아름다움을 그 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낼 뿐 애써 자랑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들꽃은 훨씬 수수하고 소박합니다.

 

길을 걸으면서 자주 들꽃에 눈길을 줍니다. 그 작은 꽃들이 가진 각자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가만히 앉아서 꽃 모양을 들여다 보노라면 하나님이 만드신 그 꽃들의 신묘막측한 아름다움에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간혹 산책을 하는 길 가에서 만나는 각종 나무와 풀들 속에서도 이름 없이 피어난 꽃들로 인해서 한결 즐겁고 행복한 걸음을 걷게됩니다.

 

우리 인생길을 걷는 것도 이와 비슷한것 같습니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다가 보면 그 길이 항상 탄탄 대로일 수 없고 자동차를 타고 편안하게 달려가는 길일 수 없습니다. 때로는 높은 산을 올라가거나 깊은 골짜기를 지나게 될 때도 있습니다. 또 때로는 정신 없이 달려 갈 때가 있는가하면 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을 만큼 힘겨운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인생길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들꽃은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인생의 좁은 길가에서 내가 애써 찾지 않으면 발견 되지 않을 그리고 때로는 내가 쉽게 외면하고 지나칠만한 사람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웃음을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길의 동행자들입니다. 때로는 가족들이기도 하고 함께 신앙생활하는 교회 지체들이기도 합니다. 가장 소중한 가족을 들꽃에 비하는 것은 무리일 수있겠지만 그래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내게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고 나의 짐을 대신 져주는 사람들도 아닌지 모릅니다. 가끔은 나와는 의견이 다르기도하고 사는 방식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가는 목적지가 같기에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우리의 걸음에 동반자로 서는 이들이 소중합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성도들의 기도에 힘을 얻게 됩니다. 내가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던 사람이지만 그들의 위로와 격려를 통해 힘을 얻게 될 때도 있습니다.

 

성도들이 기도와 교제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항상 같은 마음으로 달려가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같은 곳을 향해 가기에 언제라도 동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이 열심히 이 길을 달려가는 한 우리는 쉬지 않고 그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을 만나는 곳이 즐거움의 자리이건 아니면 때로는 깊은 골짜기 힘겨운 자리이건 간에 서로를 인해서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일지 몰라도 서로가 가는 길을 응원해주고 그렇게 기도해 주는 성도들이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걸어가는 이 길에서 좋은 동반자를 만났습니다. 감사합니다.


  1. 나는 어떻게 할것인가?

    신영복 교수 시화중에서 나는 1965년 11월 9일에 겪었던 “대정전”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대규모의 정전은 미국 동북부의 8개 주와 캐나다 동부의 온타리오주와 퀘벡주 등 8만 평방 마일에 이르는 지역을 암흑 세계로 만들고 3천만명의 사람들에게 영...
    Date2013.03.06
    Read More
  2. 사람을 만나는 일

    정현종이란 시인의 시중에 방문객이란 시가 있습니다. 그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목사라는 삶이 참 많은 이들을 만나며 ...
    Date2013.02.26
    Read More
  3. 살아 있을 동안에

    여호와여 돌아와 나의 영혼을 건지시며 주의 사랑으로 나를 구원하소서 사망 중에서는 주를 기억하는 일이 없사오니 스올에서 주께 감사할 자 누구리이까 시편 6:4~5 지난 한 주 동안 마음을 붙잡고 있는 말씀입니다. 새벽예배 설교를 준비하면서 깊은 울림을...
    Date2013.02.20
    Read More
  4. 길을 걸으며

    첫째 아이를 가지고 나서 아내와 함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이름을 “들꽃”이라고 불렀습니다. 비록 호적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 아이가 자라면서 들에 핀 꽃과 같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기도했습니다. 들꽃은 그 자체로 어떤 꽃을 ...
    Date2013.02.06
    Read More
  5. 2013년의 온전한 삶을 위한 25가지 선언

    이 글은 Ann Voskamp라는 분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천개의 선물"이라는 책을 쓴 온타리오 시골에서 사는 분이기도 합니다. 잘 번역해서 올려야 하겠지만 제 나름대로 짧은 시간에 읽고 의역해서 올립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그러나 ...
    Date2013.01.30
    Read More
  6. 기도, 친밀함, 침묵

    기도와 친밀함, 그리고 침묵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있는 관계를 설명하는 단어들이지만 서로 어울리지 않는것 같아 보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은 그분과 나와의 친밀함을 누리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그 친밀함으로 드리는 기도 가운데서 ...
    Date2013.01.22
    Read More
  7. 내 모양 그대로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정호승 詩) 제비꽃은 진달래를 부러워하지 않고 진달래는 결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다투거나 시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 사라질 뿐이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됩니다. 세상에 ...
    Date2013.01.16
    Read More
  8. 처음 처럼

    신영복선생님의 시화 "처음처럼"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 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 - 잠 25:13 - 하나님의 은혜로 새로운 해 2013년을 맞이합니다. 어느새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옵니다. ...
    Date2013.01.08
    Read More
  9. No Image

    사랑의 자발성

    고전 13:4-8 “사랑은 오래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사랑은 미리 생각해 보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사랑은 특이한 방법으로 터집니다. 바울이 말하는 사랑의 특성에는 수학적인 확실성이 하나도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
    Date2013.01.08
    Read More
  10. 우리의 가위 바위 보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랑 가위바위보를 할까? 네가 이기면 부탁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줄 테니까.˝ ˝그럼 아빠, 내가 갖고 싶은 것 다 사 줄 거야?˝ ˝물론이지. 네가 갖고 싶은 것은 아빠가 모두 다 살 줄게.˝ ...
    Date2012.12.2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9 Next
/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