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4 11:55

잔치국수

조회 수 1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oodles-3414665_960_720.jpg

 


국수에 잔치라는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것은 요즘은 조금 생격한 일입니다. 요즘 잔치에서 국수를 먹는 일이 드물고 국수와 잔치가 그리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는 장터국수라는 이름으로도 잘 불리우고 팔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면류를 좋아해서 국수는 잔치국수이든 칼국수이든 심지어 라면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여름이면 냉면, 겨울이면 잔치국수를 간단하게(?) 먹으면 좋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다가 핀잔을 듣습니다. 국수가 보기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먹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국수를 삼고 국물을 만들어 부으면 끝날것 같은데 맛있는 국물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으려니와 면을 삼고 고명을 만드는 일도 아주 간단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국수를 삶아 내면 밥보다는 쉽게 넘어가서 금방 한 그릇을 먹고선 또 한 그릇을 두고 고민하게 됩니다. 

 

당나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잔치국수는 예전에는 그리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고 전해집니다. 기록에 따르면 일제강점기가 되기 전까지만해도 벼에 비해 밀을 생산하지 않는 나라였기에 밀가루를 가지고 만드는 국수는 흔하지 않은 음식이었답니다.

 

일부 부유한 사람들이 점심에 즐기는 음식이거나 마을에 큰 잔치가 있을 때에 특별히 혼례나 어른들의 생신에 긴 국수의 면발처럼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아 나누어 먹던 음식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덕분이 보통사람들은 일년에 몇번 국수를 먹어보기 어려웠고 오히려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를 먹기도 했다더군요. 그래서 국수는 대표적으로 잔치국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밀가루가 싸게 한반도에 들어오게되면서 어디에서든지 서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장터에서든 일하는 장소에서 먹는 새참으로든 서민들에게 익숙한 음식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수 한그릇을 생각하면 각자의 기억 가운데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먹을것이 그리 풍성하지 않던 때에 물을 불에 올려놓고 어머니가 동네 국수집에 다녀오라 심부름을 시키면 가서 외상으로 들고 오던 국수가락이 기억 한편을 채우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아버님이 사역하시던 개척교회에서 매 주일이면 함께 예배를 드리고 먹던 국수도 기억납니다. 가난하던 동네에서 교회 뒷편에 솥을 걸어두고 불을 때서 함께 끓여먹던 국수는 아직 그보다 맛있는 국수가 없을것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둘러서 먹는 음식으로 이보다 많은 기억이 있는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이 기억이지만 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가면 무엇을 먹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먹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만큼 행복하고 풍성할 것이지만 그래도 먹는 기쁨과 즐거움도 있겠지 생각해봅니다.

 

하나님이 이 땅의 삶을 마치고 온 성도들에게 함께 둘러 앉아 잔치국수를 먹이신다면 그또한 참 즐거운 일이겠다 생각이 됩니다. 굳이 천국에 가서도 잔치국수를 먹어야 하나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국수가 주는 교회의 따뜻한 기억과 즐거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살았지만 그래도 그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 발버둥치느라 수고했다고 격려하시면서 이제 하나님의 나라 잔치에 참여하라 말씀하신다면 얼마나 기쁠지 생각해봅니다.

 

“수고했다. 착하고 신실한 종아! 이제 천국 잔치에 참여하렴” 하신다면 기쁨으로 그 잔치에 자리잡고 맛있는 국수 한그릇 먹고 싶습니다.


  1. 즐겁거나 힘겹거나 

    “아빠! 아빠는 즐거운게 뭐가 있어?” 딸이 어느날 묻던 질문에 바로 무엇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성경을 묵상하고 설교를 준비하는 것이나 책을 읽고 조용히 앉아 있는 일도 내게는 즐거운 일이라 할수 있지만 녀석이 묻는 질문에 대한 ...
    Date2023.08.16
    Read More
  2. 농사와 전쟁 

    성경은 종종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을 비유로 말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목자로도 농부로도 비유하셔서 우리가 사는 삶이 식물과 같거나 식물을 키우는 농부와도 같은 삶인 것을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사랑으로 애써 키우는 포도나무나 정성을 다해 기르는 ...
    Date2023.08.06
    Read More
  3. 느리게 산다는 것?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피에를 쌍소(Pierre Sansot)가 쓴 책 이름이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는 “느린 사람들의 평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말로 책을 시작하지만 느리게 사는 삶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합니...
    Date2023.08.06
    Read More
  4. 나는 어떤 소리를 듣는가? 

    세상은 참 많은 소리로 가득합니다. 요즘은 TV나 테블릿,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기기들을 통해서 쏟아지는 소리들이 우리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리들 말고도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소리들이 있습니다. 귀 기울여 들어야 들리는 소리부...
    Date2023.07.23
    Read More
  5.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어릴적 배운 말중에 “일신우일신”이란 말이 있습니다. 학문을 할 때 매일 성실하게 정진하여 조금씩 나아진다는 뜻입니다. 비단 공부를 할 때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여러 상황에도 적용되는 말일 것입니다. 한번에 어떤 성취를 이루어 내기보...
    Date2023.07.09
    Read More
  6. 마지막 고백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학자이자 뉴욕 리디머교회를 개척하고 사역했던 티모시 켈러(Timothy Keller)목사님은 지난 2023년 5월 19일 72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그는 약 3년 간 췌장암으로 고생했지만, 암이 그의 기도 생활에 혁명을 일으켰...
    Date2023.07.02
    Read More
  7. 4분 33초

    1952년 8월 29일 미국 뉴욕 우드스톡 야외공연장에서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의 연주곡이 초연을 했습니다. 그 제목은 이후에 초연의 길이를 가지고 붙이게 된 “4분 33초”입니다.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였습니다. 공연은 연주자가 들어...
    Date2023.06.27
    Read More
  8. 짧은 것에 잃어버리는 것들

    숏폼이라는 용어가 요즘 잘 쓰입니다. 흔히 ‘TikTok”으로 알려진 모바일 영상들은 길이가 짧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이가 10분 이내의 영상들을 통치해서 숏폼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일반적으로 방송매체들을 통해 접하는 영상들은 2...
    Date2023.06.15
    Read More
  9. 내가 사랑하는 성경구절

    월드비젼에서 실시한 글로벌 연구를 통해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성경구절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발표는 최근에 인공지능 검색을 통해서도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구글 검색을 통해 국가별로 가장 많이 검색한 성경구절을 연구했는데 그중에 ...
    Date2023.06.06
    Read More
  10. 시간을 보는 자리

    우리가 살면서 참 자주 하는 말중에 하나가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봄인 것 같더니 어느새 여름을 지나고 얼마지 않으면 겨울이 올것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앙상했던 가지들이 풍성한 잎으로 가득하고 아름답게 피었던 꽃들이...
    Date2023.05.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