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1 13:01

다시 쓸 수 없지만

조회 수 10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f6ccf01914b7189645c63a822b7c3885.jpg

                                                                                                                 "더불어숲" 홈페이지에서

 


제가 좋아하는 신영복선생의 글씨입니다. 작은 그림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붓글씨를 써 서화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그 내용이 한참을 음미하게합니다.

 

요즘 글쓰기야 컴퓨터를 사용하든 아니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든 간에 쉽게 쓰고 틀리면 되돌아가 지우고 고치고 하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애써 글을 쓰고 정성을 기울여 한 글자 한 단어를 생각하며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써 놓은 것들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아서 점점 만년필이며 펜으로 글쓰기를 하지 않게 됩니다. 특별히 요즘은 글씨를 쓸 때 안경을 쓰지 않고는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서 그저 감으로 글씨를 쓰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글씨가 잘보이지 않으니 다행이기도 합니다. 못난 글씨 때문에 마음 상할 일이 없고 잘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많이 쓰지도 않게 되기도합니다. 그래도 손으로 쓰면 글씨가 이쁘지는 않을지 몰라도 잘 틀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로 글을 쓰다보면 자꾸 써놓은 글씨가 엉뚱하게 타이핑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은 휴대전화를 쓰면서 훨씬 더 자주 일어납니다. 잘 썼으려니 하고 그저 보내고나면 뒤에 오타가 난 것을 발견하고 민망해합니다. 보내고 나면 고칠 방법이 없으니 하는수가 없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신영복선생이 쓴 글은 붓으로 한글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는 일을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한번 쓴 글을 다시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번 그은 획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다음 획으로 보완하고 균형을 맞추어 나가면서 글씨를 써 내려갑니다.

 

마치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도 비슷합니다. 한번 살아낸 시간은 다시 돌이켜 고쳐 살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때로는 조금 반성과 후회를 담아 방향을 고쳐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금방 손바닥을 뒤집듯이 내 태도가 바뀌지도 않으려니와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지도 않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내 태도가 조금씩 바뀌게 되고 그런 변화는 이전의 삶을 감싸고 조금씩 수정되고 또 조정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한번 그은 것으로 끝나는 것일수 없습니다. 조금 잘못 그은 획을 다음 획이 보완 할 수 있듯이 아주 잘 그은 확도 다음에 그은 획이 균형을 무너뜨리고 망칠 수 있습니다.

 

열왕기서를 묵상하면서 이스라엘의 왕들이 처음에는 선하게 잘 살았지만 나중에 하나님 앞에 교만해진 이야기를 읽습니다. 결국 그들은 실패로 끝나는 인생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하나님은 악한 왕들에게도 기다려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그들이 돌아 올 수 있도록 해 주신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오늘도 나의 연약함을 기다려 주시고 하나님의 말씀과 뜻 가운데로 돌아 오기를 부르시는 하나님을 기억합니다. 조금 삐딱하게 그은 지난 시간들 위에 조금 수고해서 균형을 맞추고 보완해서 아름다운 글씨를 써 내려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조금 삐딱하게 시작했어도 전체가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1. 기억상실증에 걸린 신데렐라

    10여년도 전에 칼럼으로 쓴적이 있는 내용입니다. 마이클 그리피스라는 신학자가 쓴 책중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교회”라는 것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이 책의 영문 원제목은 “Cinderella with amnesia”입니다. 신데렐라를 아시나요? ...
    Date2023.12.26
    Read More
  2. 내가 걸어온 시간들

    철학자 김진영은 그의 책 [­아침의 피아노]에서 “내가 존경했던 이들의 생몰 기록을 들추어 본다. 그들이 거의 모두 지금 나만큼 살고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내 생각이 맞았다. 나는 살 만큼 생을 누린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
    Date2023.12.19
    Read More
  3.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 생텍쥐페리(소설 어린왕자 중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어린왕자에는 꽤 생각할 만한 ...
    Date2023.12.13
    Read More
  4. 수고하며 애써야 하는 선함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히틀러 밑에서 유대인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한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전범을 재판하는 과정을 취재하고 분석한 글입니다. 한나 아...
    Date2023.11.28
    Read More
  5. 외로운 싸움이 아닙니다

    세계선교 기도편지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으로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숫자가 1억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익히 알려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뿐 아니라 이제는 관심에서 멀어진듯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
    Date2023.11.21
    Read More
  6. 우리 삶에 생기는 틈

    우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하루 하루 바쁘고 애쓰며 살아가다가 보면 참 틈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내가 어디에 껴있는지 조차 가늠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을 향해 수고하며 하루의 길을 걸어 ...
    Date2023.11.05
    Read More
  7. 슬픔과 고통이라는 안전장치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실 때에 하나님의 형상을 닮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 형상대로 참 놀라운 존재로 태어 났습니다. 우리의 육체의 능력이나 기능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어떤 것들과 비교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인간은 ...
    Date2023.10.31
    Read More
  8. 완전한 세상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요즘과 같이 혼란한 세계 정세를 바라보면서 불완전한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습니다. 각자 자기의 생각과 기준을 따라 살아가면서 충돌하는 이해관계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들을 봅니다. 이렇게 혼란한 ...
    Date2023.10.24
    Read More
  9. 끝까지 욥과 함께 침묵하기

    구약 욥기는 읽는 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합니다. 그의 이유없는 고난에 나의 상황을 투영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그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어서 하나님께 질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우리는 욥의 친구들과 같이 변해버리는 자신을 보게 됩...
    Date2023.10.19
    Read More
  10. 마음이 가는 곳 

    사람은 눈으로 보고 발로 길을 걷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목적지를 정해 놓은 것이 아니라면 보통은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간다고 말합니다. 가슴을 따라 왔다는 “순종”이라는 찬양의 가사처럼 우리는 가슴이 움직이는대로, 다른 표현으로는 마음이 ...
    Date2023.09.0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