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1 10:15

길 위에서 

조회 수 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hiking-7890733_1280.jpg

 

Santiago de Compostela라는 도시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보통은 싼티아고 순례길이나 싼티아고 가는 길로 들어본 적이 있는 그 길의 마지막 목적지가 되는 도시의 이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싼티아고 순례의 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더니 지금은 누구에게는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되고 또 누구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되는 길이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또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이 길은 이제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순례의 길이라기 보다는 삶을 멈추고 한번 쉼의 시간, 혹은 도전의 시간을 가져보는 의미가 더 커진 길이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자인 당시 카톨릭에서 행해지던 순례를 “바보들의 작품”이러고 까지 말했습니다. 당시에는 순례를 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나의 공로를 쌓는 것이거나 나의 죄를 속죄하는 고통을 감내하는 길이라 여겨 졌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같은 의미를 담아 이 길을 걷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트레킹을 하듯이 긴 길을 조용히 걸어보려고 하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걷는 것의 유용함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에게는 이 걷는 행위가 점점 줄어 들었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부러 걷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딘가를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하는 삶이었다면 이제는 건강을 위해서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서라도 걷고자 애쓰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아마도 성도들 중에서도 매일 걷기 운동을 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걷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개념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며 어딘가 벽에 막히고 어려움에 빠질 때에 우리는 정처없이 걸음을 옮기게 될때가 있습니다. 강가이든 산둘레의 길이든지 뚜렷한 목적지가 없이 그저 조용히 걷는 일에만 몰두하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평안을 얻게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순례의 길을 걷는 것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례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목적을 가지는 순간 길을 걷는 행위가 주는 유익을 빼앗길 확율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저 걷는 길과 시간에 집중하고 보이고 들리는 것에 마음을 주다보면 그 안에서 그동안을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생각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길은 꼭 싼티아고를 가는 길이거나 어디 이름있는 둘레길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집 주변에 있는 길을 걷고 어느 이름 모를 산 주변에 있는 길을 걷더라도 내가 살아가는 속도를 늦추고 늘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들로 부터 잠시 떨어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유독 도시보다는 시골과 비슷한 캐나다 런던의 삶을 살아갑니다. 조금만 발을 옮기면 강변의 산챡로에 서기도 하고 곳곳에 있는 공원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집 주변에도 걷다가보면 나무 그늘 아래를 지나면서 이웃들의 화단이나 정원을 구경하게 되기도 합니다. 봄이면 꽃들을 보고 무성한 나무잎 아래를 지나는가 하면 또 바로 나뭇잎들이 물들어 가는 시간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모든 시간들 속에서 기도와 생각을 나누기를 바랍니다.

 

나의 삶을 묵상하고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면 우리 집 주위를 걷는 그 길이 결코 싼티아고를 향해 걷는 순례길만 못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 우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조금씩 어딘가를 향해 걸어갑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하나님을 묵상하고 삶을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뚝 떨어진 어디에서가 아니라 일상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길이 하나님을 기뻐하는 길이며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는 길이기를 바랍니다.


  1. 새해를 바라보며

    2024년을 앞두고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답한 한국인들의 대답중 1위는 “건강”이었습니다. 2위와 3위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었고 의외로 4위는 “평범한 삶, 가족과 누리는 행복”이었습니다. “여행”도 기대하는 ...
    Date2024.01.02
    Read More
  2. 기억상실증에 걸린 신데렐라

    10여년도 전에 칼럼으로 쓴적이 있는 내용입니다. 마이클 그리피스라는 신학자가 쓴 책중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교회”라는 것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이 책의 영문 원제목은 “Cinderella with amnesia”입니다. 신데렐라를 아시나요? ...
    Date2023.12.26
    Read More
  3. 내가 걸어온 시간들

    철학자 김진영은 그의 책 [­아침의 피아노]에서 “내가 존경했던 이들의 생몰 기록을 들추어 본다. 그들이 거의 모두 지금 나만큼 살고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내 생각이 맞았다. 나는 살 만큼 생을 누린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
    Date2023.12.19
    Read More
  4.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 생텍쥐페리(소설 어린왕자 중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어린왕자에는 꽤 생각할 만한 ...
    Date2023.12.13
    Read More
  5. 수고하며 애써야 하는 선함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히틀러 밑에서 유대인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한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전범을 재판하는 과정을 취재하고 분석한 글입니다. 한나 아...
    Date2023.11.28
    Read More
  6. 외로운 싸움이 아닙니다

    세계선교 기도편지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으로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숫자가 1억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익히 알려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뿐 아니라 이제는 관심에서 멀어진듯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
    Date2023.11.21
    Read More
  7. 우리 삶에 생기는 틈

    우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하루 하루 바쁘고 애쓰며 살아가다가 보면 참 틈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내가 어디에 껴있는지 조차 가늠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을 향해 수고하며 하루의 길을 걸어 ...
    Date2023.11.05
    Read More
  8. 슬픔과 고통이라는 안전장치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실 때에 하나님의 형상을 닮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 형상대로 참 놀라운 존재로 태어 났습니다. 우리의 육체의 능력이나 기능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어떤 것들과 비교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인간은 ...
    Date2023.10.31
    Read More
  9. 완전한 세상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요즘과 같이 혼란한 세계 정세를 바라보면서 불완전한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습니다. 각자 자기의 생각과 기준을 따라 살아가면서 충돌하는 이해관계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들을 봅니다. 이렇게 혼란한 ...
    Date2023.10.24
    Read More
  10. 끝까지 욥과 함께 침묵하기

    구약 욥기는 읽는 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합니다. 그의 이유없는 고난에 나의 상황을 투영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그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어서 하나님께 질문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우리는 욥의 친구들과 같이 변해버리는 자신을 보게 됩...
    Date2023.10.1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9 Next
/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