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것 같아도

by lfkpc posted Mar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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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분이 봄에 아름다운 꽃을 볼 요량으로 상사화 구근을 얻어다가 화단에 심었답니다. 꽤 많은 구근을 얻어다가 화단을 예쁜꽃으로 채울 생각에 기쁨으로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무려 900여개나 되는 구근을 심었는데 정작 꽃이 핀것은 불과 몇개에 불과했습니다. 아마도 구근이 이미 싹이 난 상태에 캐자마자 바로 옮겨심지 않고 이틀을 두었다가 옮겨심은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난 잎이 지고나면 아름다운 꽃이 피고 그 꽃을 볼 기쁨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주 작은 실수가 일년농사를 망쳐버린 것입니다. 몇개의 꽃은 피었지만 휑한 화단은 볼때마다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년이 지나고 그 다음해에 기대하지 않은 화단에서 작년에 심어 놓았던 상사화가 모두 싹을 틔우고 잎을 내었습니다. 비록 심은 해에는 잎을 내지 못했지만 땅속에 있던 구근은 생명을 잃지 않아서 일년을 땅 아래에서 생명을 보존하고 있다가 이듬해 봄이 되자 싸을 틔우고 잎을 낸 것입니다. 아마도 그해 여름은 상사화 꽃으로 가득한 화단을 보면서 행복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중에서 꽤나 많은 부분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조금씩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이 만드시고 운행하시는 이 세상의 여러 비밀들을 인간의 지혜로 다 깨닫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별히 생명과 관련된 것들은 더욱 신비로와서 어떻게 그토록 여린 것들이 거칠고 혹독한 환경과 시간을 견디고 아름다운 생명을 피어내는지 알길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 창조의 최고점에 우리들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인간을 만드시고 그 안에서 또 하나님의 자녀들을 불러 내셨습니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을 부으시고 이제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허락하셔습니다. 부르신 우리들에게는 성령을 부으시고 동행하심으로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 내며 기뻐 하도록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에 작은 식물에게도 생명을 허락하시고 그 생명을 통해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하십니다. 하물며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으로 지으시고 생명을 불어 넣으신 우리들에게 더 큰 은혜와 능력을 주셨습니다. 비록 죄악으로 실패하고 하나님의 품을 떠났지만 그런 낮은 자리로 찾아 오셔서 십자가에서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우리의 죄를 위해 죽으셨지만 예수님은 죽음에 머물러 있지 않으시고 부활하여 영광의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들에게도 같은 은혜와 영광을 약속하셨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주변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볼 때 가끔은 실패한듯한 마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탓하면서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영광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열심을 내고 은혜 가운데 서 있다가도 한순간 실망하고 넘어지기도 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인 것을 봅니다.

 

그때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패한채로 두시지 않고 그 생명으로 우리를 회복시키시고 일으키셔서 이듬해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시는 부활의 생명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봄이 다가옵니다. 아직도 가끔은 눈이 날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가오는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나무들도 새순을 준비하고 땅 아래서도 부지런히 새싹들을 준비할 것입니다. 식물들도 새 생명을 싹틔우는데 우리들도 다시 생명의 일들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회가 세워진지 44년의 시간을 자나고 있습니다. 오늘 새생명의 소망이 온교회 가운데 넘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