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이 사라지면

by lfkpc posted May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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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오후에 런던에 여러곳이 바람의 영향으로 정전이 되었었습니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던지 나무가 꺾이고 전기줄일 끊어지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교회도 그 시간에 정전이 되었습니다. 온데를 다 찾아보아도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를 찾지 못하고 결국 계기판까지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야 교회로 들어오는 전선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외부 고압선에서 교회로 들어오는 전선이 끊어져서 전신주에 메달려 있는 것입니다.

 

급하게 신고를 하고 전기가 없는 상태에서 EM 금요집회까지 잘 마쳤습니다. 문제는 전기가 언제 고쳐질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갑니다. 새벽예배며 주일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토요일에도 복구가 되지 않아 런던하이드로에 통화하면서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역시 다음 방비책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촛불을 켜고라도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 아니면 급하게 임시로 쓸수 있는 비상용 등들을 조금이라도 사야하는지 많은 생각들이 오갑니다.

 

다행하게도 오후 5시가 되어서 교회 전기가 고쳐졌고 이제 교회 컴퓨터를 켜고 그냥 꺼져버렸던 주보를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또 주보를 만들고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문득 어제 저녁에 여러 걱정을 하며 생각하는 중에 내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이렇게 사라지고 나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전기야 언젠가 복구가 될테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럴 수 없는 것들은 아마도 훨씬 힘이 들겁니다.

 

요즘 한국에서 들려오는 미세먼지나 황사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욕심으로 한번 잃어버린 맑은 공기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가져가 버리고 말았음을 봅니다. 

 

좋은 봄날 나들이하는 즐거움과 창을 열어놓고 외부의 맑은 공기를 집으로 들이는 일은 이젠 옛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푸른 하늘이 참 아름답다던 한국의 하늘은 이제 뿌옇게 변해버렸습니다. 공기를 되돌리려면 참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할겁니다.

 

자연이야 그렇다쳐도 요즘 저에게는 늘 함께 있던 부모님의 부제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이 없고 감각이 없기에 아직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곤해도 늘 이 세상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시던 분들이 부제한다는 것은 좀처럼 생각하기 싫습니다.

 

이제야 옛 어른들의 말씀들이 조금씩은 가슴에 깨달아집니다. 늘 함께 계실것 같아도 언젠가 모르게 우리의 곁을 떠나가시는 부모님께 지금 오늘 잘하라고 말입니다. 늘 그렇게 함께 계시기에 그들의 부제는 좀처럼 상상할 수는 없지만 더욱 크고 짙은 무게로 다가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은 어떠한지 생각합니다. 늘 우리와 함께 하시마 약속하셨고 그렇게 고백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자주 하나님이 없는 것 처럼 살고는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만일 그 하나님이 우리를 떠나가신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아마도 아무렇지도 않은듯 살지도 모릅니다.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이야기해주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험처럼 하나님의 부제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슬픔이며 절망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께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의 어리석음에도 함께하시마 하신 하나님께 조금 친밀하게 나아가고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