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3 11:41

콘트라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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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수>의 원작인 소설과 <좀머씨 이야기>를 쓴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가 쓴 소설중에 <콘트라베이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희곡처럼 한 무대위에 선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독백으로 되어있는 소설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주인공은 자기의 처지를 이 거대한 악기에 비유해서 이야기합니다.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자리인 국립오케스트라의 관악부 세번째줄에 위치한 베이스연주자가 바로 자기의 정체성이라고 말합니다.

 

안정된 직장(공무원)이고 자신의 악기를 다루는 실력은 인정받고 있는 연주자였지만 그는 스스로를 기술자라고 부릅니다. 결코 솔로로 연주할 기회가 없고 심지어 함께 연주하는 자리에서 자기가 연주를 멈추어도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자기의 처지를 벗어 날 것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는 내내 한 사람의 독백과 처지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가 서있는 자리가 아마도 이 시대에 살아가는 많은 아버지들이 서있는 자리 같기도 했습니다. 어디 아버지들 만일까요. 이곳에 살아가는 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느끼는 감정도 이와 비슷해보입니다.

 

나는 현재의 삶에 열심을 내지만 누구도 나의 삶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이고 내가 사는 삶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것은 누구라도 그렇게는 할 것 같고 다른 더 중요하고 필요한 일에 쓰임 받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물론 그 일을 시도할만큼 용감하지도 않기에 그 일은 늘 멀리 바라보며 생각하는 꿈같은 일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현재가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관현악에서는 주로 제일 바이올린 연주자나 그 곡에서 솔로파트를 맡은 사람들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의 연주가 필요없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연주가 합하여야만 웅장한 관현악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콘드라베이스도 그렇습니다. 그 소리를 귀담아 듣는 이가 없는 것 같아도 그 소리가 빠지고는 결코 관현악이 완성될 수 없습니다. 함께하는 삶에는 두두러지는 존재들에 의해서 공동체가 움직여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에 의해서 공동체가 살아가고 힘을 내게 되는 것을 봅니다.

 

교회가 그 자리를 지키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는 한사람의 위대한 믿음의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수없이 많은 평범한 성도 한사람들이 모여 그 자리를 지키고 기도하고 예배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에 서고 시간을 내어 봉사의 자리에 서며 마음과 힘을 써서 섬기는 자리에 서는 이들로 인해서 교회는 자리를 지키고 그 안에 있는 성도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교회로 지어져 가는 것이고 그들을 쓰셔서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이 땅 가운데 이루실 것입니다.

 

가끔은 내게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기도하고 사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믿음의 실천들을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기본이 세워지지 못하고 그 위해 능력이 주어지면 오히려 나에게 해가 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이 세워주신 자리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자리에서 기본에 충실한 성도들과 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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