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다는 것

by lfkpc posted Oct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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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주일입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깊이 생각에도 잠겨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야 추수감사라는 것이 체감되는 것도 아니긴하지만 그래도 가을에 단풍이 들고 열매들이 결실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평안해지고 감사의 마음이 일어납니다.

 

감사한다는 것은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고 전해지는 것일까를 생각합니다. 특별히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것은 나의 어떤 것으로 드러나고 확인 할 수 있을까요. 감사의 찬양을 드리고 감사헌금을 드리며 마음으로 감사하다고 고백해봅니다. 그래도 이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그것들을 쉽게 덮어버리고 맙니다.

 

하나님의 구원이 감사하고 그 은혜가 놀랍습니다. 그 기쁨이 조금 더 오랜동안 내 속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묵상하는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의 만드신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의 잔잔한 손길을 조금 더 자주 느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그 모든 순간에도 늘 동일하신 하나님을 생각합니다.

 

창세전에 천지를 창조하실 그 때로부터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고 사랑하신 인간들이 하나님을 떠나 죄를 범하고 악하게 살고 있을 때에도 하나님은 그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금방 손을 대시거나 고치지 않으시고 오랜 시간동안 때론 말씀하시고 사정하시면서(?) 우리를 기다리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시고 그 모든 죄를 지고 십자가를 지실 때에도 하나님은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셨습니다. 그 사랑이 세상을 변혁시키고 이 땅에 하나님의 교회들이 일어 날 때에도 또 시간이 지나 그 교회들이 다시 어리석은 길로 향해 가고 있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기다리시고 있었습니다.

 

내가 어린 시절 철없는 고백으로 하나님을 찬양할 때 하나님은 마음 깊은 곳에 행복을 심어 주셨습니다. 마음을 부드럽게 하셔서 작은 것에도 아파하고 괴로워 하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그러다가 키가 자라면서 마음은 단단해지고 아니 딱딱해지고 왠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지만 죄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도 그렇게 딱딱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 하나님은 여전히 묵묵히 나를 바라보시면서 기다리시고 가끔 어깨를 토닥이실 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잊으면 괴롭고 내가 사랑하는 자녀가 나쁜 길로 빠지거나 심각한 고통 속에 있으면 함께 괴롭고 힘겨운게 당연할텐데 하나님은 그 모든 순간을 그저 묵묵히 바라보시고 있을 뿐이십니다.

 

누군가에겐 그 변함없으신 하나님의 성품이 어렵고 힘들지만 적어도 제겐 그런 하나님이 좋습니다. 그 덕분에 나를 돌아볼 기회가 생기고 또 부끄럽지만 돌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시는 것은 아마도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감사주일을 묵상하면서 그 하나님을 다시 생각합니다. 오늘도 하루가 다르게 각양 색으로 물드는 나뭇잎을 보면서 묵묵히 기다리시지만 여전히 온 세상의 주인이심을 확인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잊지않고 하나님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감사한다는 것은 먼저 감사의 대상을 떠올리고 그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나에게 실제가 되어야합니다. 부모님은 그래서 가장 쉽게 감사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하나님도 우리들의 삶에 실제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감사의 시간이 그 살아계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시간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