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11:40

느리게 살기

조회 수 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snail-6191155_1280.jpg

 

20여년 전에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이란 책을 쓰다가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란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쓴 “느리게 살기”란 책이 세상에 소개되면서 느림이란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바쁜 현대인의 삶에 던지는 메세지가 되었습니다.

 

너무도 바쁘고 빠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느림”이란 단어는 묘한 울림을 줍니다. “힐링”, 혹은 “웰빙”이란 말과 연결되서 삶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고민거리를 던져준 것 같았습니다.

 

반대로 느리다는 것이 결코 실패나 패퇴가 아니라 조금 더 여유롭고 풍성한을 의미 할만큼 우리들 생활이 변해온 것인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제게도 느리게 산다는 것에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분주한 하루를 뒤로하고 홀로 앉아 읽는 책이나 마시는 커피는 참 평안합니다. 빠른 자동차를 두고 두 발로 걷는 산책 역시 운동뿐 아니라 쉼을 주는 좋은 시간입니다.

 

피에르 쌍소는 자신의 책에서 느리게 사는 인생의 지혜에 대해 몇가지 소개합니다.

 

먼저 그는 듣는 것의 소중함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이들의 말을 듣는 것은 우리의 삶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권태로우라고도 말합니다. 권태롭다는 것은 무엇에 애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우리를 가두어 놓는 것들로부터 떨어져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물론 권태는 더 성실하게 살기 위한 것이므로 언제나 절제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권태라는 말이 주는 어감을 제하고 나면 여유로움으로 대체하거나 유유자적이라는 삶의 태도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쁜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애써 힘주어 말하는 것일겁니다.

 

기다릴 것 역시 그가 권하는 지혜입니다. 우리에게 열려있는 미래를 기다리고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조바심을 내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나아가 자기 마음에 있는 고향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말합니다. 아마 추억이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오히려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삶에 대한 애정과 열심을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글을 쓸 것을 권합니다. 마음속 진실이 살아날 수 있도록 조금씩 마음의 소리를 글로 써 보자는 것입니다. 자기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이 하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지혜롭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머리가 끄덕여 지기도하고 한편으론 그렇게만 살수 있겠어 하는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삶을 바라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같습니다. 그저 동일한 시간을 보내고 습관 처럼 반복되는 신앙생활에서 조금은 떨어져서 나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젊은 시절의 열정을 떠올려 보기도하고 나에게 깊은 사랑을 주고 있는 이들을 다시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위로를 얻습니다. 잠깐 늘 해오던 신앙의 행동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얼마나 좋은지요. 말하고 행동하느라 놓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쁨이 우리를 평안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고 그 인도하심을 소망 가운데 기다리면서 나를 통하여 우리 교회를 통하여 베푸실 은혜를 꿈꾸는 것입니다.

 

새로 나는 꽃들과 새싹들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앉아 목회를 돌아보고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를 통하여 꿈꾸게 하시는 소망을 그려봅니다. 온전히 그분이 일하시는 것을 기다리면서 준비해봅니다. 이내 내가 할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현실의 분주함으로 돌아오지만 그래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의 인도하심을 소망하며 기도하는 일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1. 어쩔수 없는 그리스도인

    무위당 장일순선생이란 분이 계십니다. 이미 돌아가신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소박한 농부로 그러나 생각의 거인으로 사셨던 분이시지요.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아! 바람이 서쪽으로 불어도 동으로 눕는 잎이 있는 법이...
    Date2024.05.05
    Read More
  2. 느리게 살기

    20여년 전에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이란 책을 쓰다가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피에르 쌍소(Pierre Sansot)란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쓴 “느리게 살기”란 책이 세상에 소개되면서 느림이란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
    Date2024.05.02
    Read More
  3. 십자가에 튼 둥지

    매년 봄이되면 교회 입구에 있는 십자가에 새가 둥지를 틉니다. 아마도 바람을 피하기도 좋고 밤에도 작은 빛이 있어서 보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겠다 싶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교회를 들어 설 때면 어미새들이 경계하며 날아 오르는 것을 봅니다. 십자가 ...
    Date2024.04.21
    Read More
  4. 잃어버린 것들

    예전에 미국에서 방영한 “lost” 드라마가 있습니다. 길을 잃은 사람들 이야기이자 비행기 추락으로 세상과 단절된 곳에 남은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잃어버린 바 된 사람들이지만 또 잃어버린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사랑을, 삶을 이...
    Date2024.04.16
    Read More
  5. 행복 비용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비용이란 말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그리 눈 앞에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로 인해 행복해 하고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해서 그 순간 드는 비용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내가 사랑...
    Date2024.04.09
    Read More
  6. 커피와 묵상

    한국인들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일인당 일년 평균 소비량이 370잔 정도여서 프랑스에 이어 2위이고 이 수치는 미국, 캐나다와 비슷하지만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한 커피를 찾아 마...
    Date2024.03.26
    Read More
  7. 소풍

    천상병시인은 이 세상의 삶을 소풍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땅으로 소풍왔다가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 가는 것이 삶이라고 말입니다. 어떤 이들은 여행으로 또 다른 이들은 치열한 전투로도 표현하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 인생은 나그네의 삶입니다. 나그네로 사...
    Date2024.03.20
    Read More
  8. 음악이 주는 힘

    가끔 아프리카 사람들의 음악을 듣습니다. 굳이 흑인음악으로 표현하지 않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음악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아프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의 음악이라는 의미에서 일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언젠가 길에서 우연히 듣게 ...
    Date2024.03.12
    Read More
  9. 삶의 자리가 바뀌는 것처럼

    분주하지만 돌아보면 참 간단한 것이 이 땅의 삶입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많은 것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해도 결국 하루를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꽤 오래전이지만 이곳 캐나다로 떠나...
    Date2024.03.07
    Read More
  10. 하나님의 유머

    김남도교수가 쓴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나오는 글 중에서 재미있는 유머 하나를 옮겨 봅니다. 어느 초등학교 국어 시험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습니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져버리는 것’을 ...
    Date2024.03.0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9 Next
/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