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9 14:00

평범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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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은 일면 그리 좋게 들리지 않는다. 그저그런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 정도의 느낌을 풍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과 관련하여 “열정”, “전심”, “능력”이란 단어가 나에게 붙어 있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기에 그 부르심에 응답하여 전심으로 그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라고 그 길위에서는 열정이 드러나는 삶을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청년의 때에 가진 열정이 식지 않고 계속해서 나의 인생을 움직이는 힘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기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에서 나의 신앙 생활은 별다른 특색 없이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신앙을 가지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정도에 평가를 얻는다. 때로는 최선을 다해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예배하는 일에 빠지지 않는 정도의 신앙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우리의 신앙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나는 한가지 중요한 단어를 떠올려 본다. “평범”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비범하지 않다는 뜻이나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으로 평범한 신앙은 어쩌면 그 위치에 잘 맞는 신앙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이들처럼 엄청난 간증도 없고 인생의 커다란 굴곡으로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을 경험해 본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예배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해 본적 없는 신앙 말이다.

 

크고 놀라운 경험이나 뜨겁고 나의 전부를 쏟아 부을 듯한 열심을 찾아보긴 힘들지만 그저 하나님이 살아계시며 그 하나님이 지금도 나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 말이다.

 

나는 죄인이어서 하나님이 사랑할 만한 것들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런 나를 예수님의 십자가의 피로 구원해 주셔서 하나님의 자녀 삼아 주셨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산다. 이렇게 분명한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은사를 가지고 헌신해 보지도 못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믿음을 평범한 믿음이지만 단단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뜨거운 열정으로 불타 오르는 믿음이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는데 참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런 열정을 뒤에서 잔잔히 받쳐주는 이들이 있을 때에 더 풍성한 불길이 솓아 오르는 법이다.

 

교회에서 앞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이들이 있어야 분명히 교회의 일들이 진행되고 또 여러 섬김들이 모양을 갖추어 간다. 그리고 그런 열정이 시작으로 꿈들이 이루어져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일들이 진행되는 순간에 알게 모르게 조용히 기도하는 이들이 있고 수고와 봉사를 보태는 손길들이 있다. 그 손길을 통해 결국 하나님의 교회는 아름답게 지어져 가는 것이다.

 

이번 여름 여러 행사들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 장소와 뒷편에서 조용히 섬기시는 이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저 잔잔한 신뢰,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드러나지 않게 섬기며 기도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 믿음이 하나님의 일들을 이루어 가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함께 배를 저어가면 누군가는 키를 잡고 방향을 바로 인도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힘있게 노를 저어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마음으로 노를 저어 그 배가 움직이는 원동력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힘이 있는 이라고 혼자 배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서로가 한 마음 한 동작으로 배를 저을 때에 그 배는 수월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주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이 많은 교회 공동체는 분명히 조용하지만 힘있는 일들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열심을 내기만 하면 또 누군가 용기를 내기만 하면 모두 함께 기도하고 도와 헌신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교회가 그렇게 되기를 기도한다. 아니 이미 그렇게 살아가는 믿음의 성도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고백을 전한다. 정말 사랑합니다.

김요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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