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6 09:48

농사와 전쟁 

조회 수 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pxclimateaction-7125335_1280.jpg

 

성경은 종종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을 비유로 말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목자로도 농부로도 비유하셔서 우리가 사는 삶이 식물과 같거나 식물을 키우는 농부와도 같은 삶인 것을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사랑으로 애써 키우는 포도나무나 정성을 다해 기르는 밭의 식물은 농부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우리는 그 사랑으로 자라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삶을 농부와 같이 키워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글을 통해 아는 후배목사가 박사학위를 준비하면서 너무 어렵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대학으로부터 박사과정 입학 허가를 받고서 감사한 마음으로 지도한 교수에게 편지를 하면서 앞으로의 싸움을 잘 준비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편지를 받은 교수의 답장이 자기의 인식을 바꾸게 했다면서 소개한 글은 이렇습니다.

 

“그래. 내 생각에 이 시간을 박사 과정을 준비하는 데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데 나라면 군사적 비유보다는 농부의 비유를 쓰겠네. 자네 스스로를 학문이라는 밭을 갈고 작물을 키우는, 그리고 바라기는 교회를 위한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농부라고 생각하게. 그러면 이제 이번 봄과 여름을 이 밭에서 어떻게 쓰려나?”

 

물론 영문을 의역하기는 했지만 늘 싸우듯이 공부하던 자기에게 식물을 키우는 것이라면 조금 더 해볼만 하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삶을 위해 하나님이 맡기신 사역을 위해 식물을 심고 키우듯이 한다면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인내하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아마 이런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싸우며 애쓰고 수고하는 일이기 전에 먼저 자신을 가꾸고 오래 참으면서 새싹이 나기를 기다려 주는 것 말입니다. 아직은 부족하고 열매를 맺기에는 한없이 많은 시간이 남은 것 같아보여도 조금씩 사랑과 수고를 더하면 싹이 나고 잎이 자라면서 때를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하나님이 심으신 씨앗들입니다. 본래는 약하고 게으르며 죄로 가득한 존재들이었지만 예수님의 보혈로 씻으시고 그 생명을 우리에게 심어 주셨기 때문에 이제는 그 열매를 맺을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심으신 것을 잘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루 아침에 자라는 비료는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뿌리가 깊이 자라야 하고 그제서야 비로소 키가 자라고 잎이 무성해집니다. 세상의 시험과 유혹이 기승을 부릴 때에 말씀을 끊임없이 먹어서 그곳에서 생수를 얻어야 합니다. 다른 나무와 비교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걸음을 걸으면서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내 속에서 자라는 열매를 키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때가 되면 하나님은 우리 인생 가운데서 아름다운 열매들을 수확하실 것입니다. 감사의 열매, 기도의 열매, 교회를 위해 수고하는 봉사의 열매들이 우리 삶에 맺혀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말씀으로 물을 주고 뜨거운 햇볕에 자라도록 기다려 줍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전쟁에 참여한 군인으로도 비유합니다. 싸움은 늘 힘겹고 두려운 것입니다. 특별히 한국의 상황은 군대에 대한 독특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은 믿음으로 싸우는 싸움과 같은 양상도 있다는 것입니다. 농사와 같이 부드러운 이미지만큼이나 전쟁과 같은 거칠고 투쟁적인 면이 있습니다.

 

심지를 굳게하고 내게 주어진 목적지를 향해 신실하게 싸워 나가는 삶이 또한 그리스도인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적대적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 싸움을 승리할 것입니다. 이 소망이 오늘을 사는 힘이기를 기도합니다.


  1. 하나님의 유머

    김남도교수가 쓴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나오는 글 중에서 재미있는 유머 하나를 옮겨 봅니다. 어느 초등학교 국어 시험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왔습니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곧 느슨하게 풀어져버리는 것’을 ...
    Date2024.03.07
    Read More
  2. 재대신 화관을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을 쓴 이지선교수가 만든 유튜브채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멘토인 이정희교수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있었던 가장 크고 아픈 사고뒤에 자기를 일으켜 세워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인 이...
    Date2024.01.31
    Read More
  3. 감사로 시작하는 한 해

    2024년을 시작하면서 “감사”에 대한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을 “감사하는 성도, 감사를 채우시는 하나님”이란 주제로 진행하면서 그동안 참 감사하는 말과 고백을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캐나다에 ...
    Date2024.01.09
    Read More
  4. 새해를 바라보며

    2024년을 앞두고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답한 한국인들의 대답중 1위는 “건강”이었습니다. 2위와 3위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었고 의외로 4위는 “평범한 삶, 가족과 누리는 행복”이었습니다. “여행”도 기대하는 ...
    Date2024.01.02
    Read More
  5. 기억상실증에 걸린 신데렐라

    10여년도 전에 칼럼으로 쓴적이 있는 내용입니다. 마이클 그리피스라는 신학자가 쓴 책중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교회”라는 것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이 책의 영문 원제목은 “Cinderella with amnesia”입니다. 신데렐라를 아시나요? ...
    Date2023.12.26
    Read More
  6. 내가 걸어온 시간들

    철학자 김진영은 그의 책 [­아침의 피아노]에서 “내가 존경했던 이들의 생몰 기록을 들추어 본다. 그들이 거의 모두 지금 나만큼 살고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내 생각이 맞았다. 나는 살 만큼 생을 누린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
    Date2023.12.19
    Read More
  7.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What makes the desert beautiful is that somewhere it hides a well.” - 생텍쥐페리(소설 어린왕자 중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어린왕자에는 꽤 생각할 만한 ...
    Date2023.12.13
    Read More
  8. 수고하며 애써야 하는 선함

    한나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히틀러 밑에서 유대인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한 아돌프 아이히만이라는 전범을 재판하는 과정을 취재하고 분석한 글입니다. 한나 아...
    Date2023.11.28
    Read More
  9. 외로운 싸움이 아닙니다

    세계선교 기도편지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으로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숫자가 1억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익히 알려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뿐 아니라 이제는 관심에서 멀어진듯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
    Date2023.11.21
    Read More
  10. 우리 삶에 생기는 틈

    우리는 삶을 살아갑니다. 하루 하루 바쁘고 애쓰며 살아가다가 보면 참 틈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내가 어디에 껴있는지 조차 가늠하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을 향해 수고하며 하루의 길을 걸어 ...
    Date2023.11.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0 Next
/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