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에 잔치라는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것은 요즘은 조금 생격한 일입니다. 요즘 잔치에서 국수를 먹는 일이 드물고 국수와 잔치가 그리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는 장터국수라는 이름으로도 잘 불리우고 팔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면류를 좋아해서 국수는 잔치국수이든 칼국수이든 심지어 라면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여름이면 냉면, 겨울이면 잔치국수를 간단하게(?) 먹으면 좋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다가 핀잔을 듣습니다. 국수가 보기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먹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국수를 삼고 국물을 만들어 부으면 끝날것 같은데 맛있는 국물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으려니와 면을 삼고 고명을 만드는 일도 아주 간단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국수를 삶아 내면 밥보다는 쉽게 넘어가서 금방 한 그릇을 먹고선 또 한 그릇을 두고 고민하게 됩니다.
당나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잔치국수는 예전에는 그리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고 전해집니다. 기록에 따르면 일제강점기가 되기 전까지만해도 벼에 비해 밀을 생산하지 않는 나라였기에 밀가루를 가지고 만드는 국수는 흔하지 않은 음식이었답니다.
일부 부유한 사람들이 점심에 즐기는 음식이거나 마을에 큰 잔치가 있을 때에 특별히 혼례나 어른들의 생신에 긴 국수의 면발처럼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아 나누어 먹던 음식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덕분이 보통사람들은 일년에 몇번 국수를 먹어보기 어려웠고 오히려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를 먹기도 했다더군요. 그래서 국수는 대표적으로 잔치국수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밀가루가 싸게 한반도에 들어오게되면서 어디에서든지 서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장터에서든 일하는 장소에서 먹는 새참으로든 서민들에게 익숙한 음식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수 한그릇을 생각하면 각자의 기억 가운데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먹을것이 그리 풍성하지 않던 때에 물을 불에 올려놓고 어머니가 동네 국수집에 다녀오라 심부름을 시키면 가서 외상으로 들고 오던 국수가락이 기억 한편을 채우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아버님이 사역하시던 개척교회에서 매 주일이면 함께 예배를 드리고 먹던 국수도 기억납니다. 가난하던 동네에서 교회 뒷편에 솥을 걸어두고 불을 때서 함께 끓여먹던 국수는 아직 그보다 맛있는 국수가 없을것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둘러서 먹는 음식으로 이보다 많은 기억이 있는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이 기억이지만 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가면 무엇을 먹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먹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만큼 행복하고 풍성할 것이지만 그래도 먹는 기쁨과 즐거움도 있겠지 생각해봅니다.
하나님이 이 땅의 삶을 마치고 온 성도들에게 함께 둘러 앉아 잔치국수를 먹이신다면 그또한 참 즐거운 일이겠다 생각이 됩니다. 굳이 천국에 가서도 잔치국수를 먹어야 하나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국수가 주는 교회의 따뜻한 기억과 즐거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살았지만 그래도 그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 발버둥치느라 수고했다고 격려하시면서 이제 하나님의 나라 잔치에 참여하라 말씀하신다면 얼마나 기쁠지 생각해봅니다.
“수고했다. 착하고 신실한 종아! 이제 천국 잔치에 참여하렴” 하신다면 기쁨으로 그 잔치에 자리잡고 맛있는 국수 한그릇 먹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