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아직은 나뭇잎이 물들지 않아 짙은 가을의 모습은 아니지만 따가운 햇살에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 가을이구나고 느낍니다.
파머스마켓을 가보고는 가을이 한결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온타리오 지역에서 나는 많은 과일이며 농산물들이 풍성합니다. 늘 많은 것들이 있는 시장이지만 그 어느때보다 로컬에서 나는 것들이 풍성합니다.
지난 여름을 지나면서 각 나무들이나 농작물들이 자기 일을 충실히 한 증거입니다. 바람도 불고 날이 덜 뜨거웠어도 열심히 열매들을 키워 냈을겁니다. 특히 캐나다 여름은 그리 뜨겁고 길지 않아 열매들을 맺어 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텐데도 꽤나 풍성한 열매들이 시장에 나와 스스로의 여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농사라고 지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농사하는 이들의 수고를 옆에서 조금씩 지켜보고 어깨넘어로 들은 이야기들을 통해보면 그 기다림의 시간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정직하고도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곳이 없는듯합니다. 열심히 가꾸어주고 보살펴 주면 그만큼 정직하게 풍성한 열매를 맺고 그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농사하는 이가 조금 게으르거나 관심을 쏟지 않으면 갑자기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도 그 열매가 열리고 결실할 때에는 아주 큰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러나 그 애씀에도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동사하는 이가 애를 써도 여름동안 뜨거운 햇살이 비추어 주지 않으면 결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한 동안 비만 내리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작물들이 결실하지 못하고 죽어가는지 모릅니다.
바람이 불고 태풍이 올라오거나 심한 비가 내려도 열매들을 맺는 일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니 때를 따라 비를 내리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햇볕과 바람을 허락하시는 사랑이 아니고는 어떤 열매도 풍성하게 맺을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의 삶이야 농사 하는 일과 거리가 있어서 직접적으로 그 경험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 인생의 열매를 맺는 일에 있어서는 가을의 풍성한 열매들이 도전이 됩니다.
우리 인생을 향해서도 하나님은 열매들을 기대하실텐데 나의 가을은 어떤 열매들을 맺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에 내게 맡기신 삶의 열매들을 빨리 맺어야 겠다고 다집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만나는 일들 역시 자연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네 인생에도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때로는 감당하지 못할 큰 폭풍이 몰아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여전히 저 구름 위에는 푸른 하늘이 있고 밝은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에게 주어질 때 우리는 그런 삶의 여러 순간을 평안으로 이겨 내게 되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어도 곧 잠잠하게 하실 하나님을 기억하고 폭풍이 몰아쳐도 계절을 따라 또 따뜻한 날을 예비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우리들을 돌보시고 지키시기에 오늘 우리는 작은 열매들을 맺고 있는 것일겁니다.
올 한해는 어떤 열매들이 맺히고 있는지 생각합니다. 나의 삶 속에서 우리 가정과 교회 안에서 어떤 열매들이 열리고 익어가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아직도 어떤 열매가 보이지 않아서 죄송하고 부끄러울 수 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애써 하나님이 맡기신 일들을 감당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올해도 작은 열매가 맺혀지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