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공손추 상편에 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에 대하여 쓰면서 인, 의, 예, 지라고 하는 기본 덕목을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중에서 마음에 흐르는 내용이 있습니다.
<無羞惡之心非人也 무수오지심 비인야>라는 글입니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정도로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만약 길을 가다가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한다면 누구든지 그 아이를 구하려 할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이익을 위해서이거나 다른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를 향한 측은지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뿐 아니라 부끄러워 하는 마음(수오지심)과 사양하는 마음(사양지심),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시비지심)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 마음으로 이야기합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인(仁), 부끄러워 하는 마음은 의(義),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 그리고 바름을 가리는 것은 지(智)로 함축하여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인의예지라고 하는 기본 덕목의 단초가 되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의 본성은 하나님의 성품을 닮았습니다. 하나님이 거룩하신 것 처럼 우리들도 거룩하게 만드셨고 그의 인자하심을 닮아 우리도 인자한 성품을 가지도록 만드셨습니다. 그러한 우리의 성품을 맹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이와 같은 품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성품을 잘 키워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저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나님의 성품을 닮도록 하셨고 그 하나님의 선하심을 닮아 가진 것이 우리의 선함과 의로움이며 나아가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성품들 중에서도 부끄러워 하는 마음에 생각이 머뭅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위해 나 스스로 행하는 잘못이나 실수에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로 올수록 사람들은 점점 부끄러움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부끄러움 뿐만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당연히 가져야 할 부끄러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저 나만 좋으면 다른 이들의 시선은 신경을 쓰지 않고 그것을 자신감이라고 포장합니다.
다른 이들의 잣대나 사회적인 판단을 구태한 것으로 취급하고 나는 그런것에 붙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산다고 하다가 그 경계를 넘어서고도 그런줄 모르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사람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다른 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애쓰는 존재입니다. 어떤 이익이나 평가 때문이기 이전에 나의 사람됨과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그러해야 할 것입니다.
더운 여름을 지납니다. 문득 나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서나 교회 앞에 부끄럽지 않기를 소망해봅니다. 이미 늦어버린 시간들 말고 앞으로라도 그리스도인이라는 나의 이름과 자리에 걸맞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지 못할 때에는 부끄러움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자리에 서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