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름이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합니다. 마치 늦 가을 저녁무렵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요즘 저녁이면 온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좋은 날씨를 두고서 마냥 행복해하고 즐거워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 여름이 이렇게 끝이 날까하는 지레 근심하는 것이 좋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간혹 그런 나를 보면서 참 어리석은 인간의 연약함을 봅니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느라고 현재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 버리고 마는 삶을 삽니다. 그렇다고 그 걱정이 현재를 성실하게 살게 하는 이유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성실하게 살게 하기도 하지만 전전긍긍하게 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지 않은 일만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에게 약속하시고 선언하신 장래의 분명한 소망은 우리가 미리 붙잡고 즐거워 하지 못합니다. 걱정은 우리를 사로잡지만 소망은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토록 분명하게 성경을 통해 말씀하시고 예수님의 입을 통하여 우리에게 약속하셨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약속을 의지해서 오늘을 힘있게 행복하게 살아내지 못합니다.
낙천적인 사람은 그런 상황에서도 걱정거리보다 소망에 무게를 두고 사는 사람일 겁니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웃음 나는 시간을 살게 되는 것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그리스도인은 현재 내 성격이 어떻든지 간에 낙천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일겁니다. 내가 걱정하는 것에 마음을 두고 그것을 걱정하느라 애쓰는 삶을 살지만 그것에 넘어지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우리에게 약속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더 굳게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현재는 여전히 낙천적이기 보다는 우울질의 사람이어서 웃음보다는 깊은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살지만 그래도 이미 약속하시고 확실하게 결론지어 놓으신 나의 미래의 계획과 구원을 인하여 작은 기쁨과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김용택시인은 자신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에서 어느날 아름다운 저녁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산 위로 떠오른 달빛을 보면서 사랑하는 이에게 문득 전화한 마음을 노래합니다.
누군가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행복을 나누고 싶은 이가 있다는 것으로 지금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증거를 삼습니다. 오늘 바람이 시원한 저녁이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전화 한통 걸어서 그냥 바람이 시원해서 전화 했노라고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성도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기쁨중에 이렇게 사소하게 얼굴을 대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원합니다. 어떤 의무나 책임 때문이 아니라 그냥 너무 바람이 시원해서이거나 아니면 저녁 달이 아름다워 생각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이 우리를 교회로 묶으신 것에 감사합니다. 생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한 교회의 지체라는 이유로 서로 얼굴을 보며 인사하고 사랑을 나누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 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더욱이 서로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관계가 되니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지난 4주간의 시간 동안 신실하지는 못할 지언정 성도들을 생각하면 기도하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함께 시원한 저녁 바람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