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8 11:08

느리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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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소포/고두현 詩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도 하나씩 벗어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을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리라.“

 

헤쳐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

 

곡선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유영만교수의 강의를 듣고 책을 읽다가 고두현 시인의 시를 만납니다. 그의 책에도 있는 아련한 감사와 넉넉한 사랑을 기억하게 됩니다.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들의 삶이 참으로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느라 감사도 잊고 기쁨도 잃어 버리고 살고 있음을 생각합니다. 요즘 가을을 만끽하며 공원을 걸어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기쁨과 여유를 참 오랜동안 잊고 살아 왔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있는 감사의 제목들도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곡선의 삶에 대한 유영만교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현대가 가진 직선의 삶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직선이 팽배한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것이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직선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곳에서 다른 한곳을 가는 가장 빠른 길인 직선을 인간을 추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직선으로 가득차게 되었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자연이 가지고 있는 곡선을 잃어 버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기는 냉장고에 보관하기 편하도록 네모난 수박을 만드는 세상이고 보면 이해가 됩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곡선으로 만드셨는지 모릅니다. 조금은 천천히 돌아가고 기다려 굽어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물이 시내로 흘러 강이 되고 결국은 바다로 가는 길이 곡선이듯이 우리 삶도 때로는 돌아가고 머추었다가 점점 아래로 겸손하게 내려 가게 되는 것일텐데 자꾸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려고 발버둥치다가 현재의 여유와 기쁨, 감사를 잃어 버려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다가보면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가는 일에만 집중하다가 보면 그 과정이 주는 경치는 놓치고 만다는 진리를 생각해봅니다. 조금은 느리지만 천천히 걸어 갈 때 비로소 우리 눈에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빨리 달려가 만난 경치가 어쩌면 지금 천천히 걸으면서 집 주변에서 만나는 경치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천천히 지금 현재 주신 삶을 기쁨으로 살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감사의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나의 현재를 허락하시고 나의 미래를 하나님의 나라에 준비하신 그분의 구원을 지금 기억하면 우리는 오늘 감사가 넘치는 평안의 얻습니다. 조금은 천천히 걷고 조금은 돌아가면서 결국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나라까지 인도하실 하나님으로 감사하면서 사는 시간들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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