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2 09:09

벌거벗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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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목회자인 엘리자베스 펠리세티와 같은 성공회 목회자인 사만다 빈센트는 함께 쓴 책 “Grace in the Rearview Mirror”에서 독특한 고백을 합니다. 그들이 병으로 고통스러워하고 힘겨운 시간을 지날 때에 늘 드리던 기도가 아닌 다른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차마 믿음을 가진 그들의 입으로 드릴 수 없을 것 같은 그 불경건한 기도가 오히려 하나님을 향해 가까이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는 고백입니다.

 

고통은 경건하고 아름다운 시편과 찬양을 빼앗아 갔습니다. 오히려 고통 가운데 의문 가득한 질문과 때로는 원망석인 하소연이 기도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나의 가장 절실하고 절박한 말들 속에서 하나님을 찾는 고백은 그 자체로 너무 진지하고 절실한 기도였다고 고백합니다.

 

꽤 오랜동안 교회를 출석하고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교회에서 새벽기도회로 예배를 드리고 기도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늘 익숙한 순서를 따라 기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급하게 마음주시는 제목들을 따라 기도의 내용을 채우게 되기도 합니다. 또 가끔은 급박하고 답답한 마음을 담아서 두서없는 기도를 올려 드릴 때도 있습니다. 그 모든 기도의 시간을 하나님이 들으시지만 나의 기도는 그 때마다 조금씩 무게를 달리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절박하고 안타까운 일들을 마음에 품고 기도할 때면 말에는 두서가 없고 감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향해 정갈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기 보다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 기도하기도 하고 난데없는 확신을 선포하듯 기도하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여전히 내 기도의 언어가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고백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런 모든 기도를 하나님은 들으신다는 것입니다. 나의 연약함이나 내 말의 성숙함이 들으시는 하나님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찾는 이들의 기도를 들으십니다. 어떤 시간 어떤 모양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을 찾는 이들에게 풍성하신 하나님은 가장 선한 것으로 응답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그 하나님께 나아가면서 여러 모양을 가지고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모양은 우리의 믿음과 신앙을 자라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목회자들 처럼 인생의 굴곡을 만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 앞에 솔직한 모양으로 서게 되기도 합니다. 이전에 나의 기도를 장식했던 언어들이 사라지고 나의 믿음을 드러내던 고백도 사라지게 됩니다. 오로지 하나님을 향한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과 간청만 남아 드려지게 될 때 우리는 나의 부끄럽지만 솔직한 믿음의 모양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참 다양하고 또 단순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의 신앙고백은 자주 도전을 받습니다. 기대하기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도전과 시험들이 오히려 우리의 신앙을 온전하게 드러내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절박하게 하나님을 찾으며 그 실존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갈망하는 시간이길 원합니다. 

 

시편 70편의 고백을 드리는 다윗은 가장 절박한 때에 가장 아름다운 고백을 하나님께 드립니다. 하나님은 위대하십니다. 내가 찾고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은 크고 광대하시며 선하십니다. 이런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길 바랍니다. 너무 다급하게 도움이 필요하기에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향한 기도는 더욱 간절하고 선명합니다. 하나님은 그런 우리에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최근 기독교방송의 “새롭게 하소서”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신앙고백한 김소민 자매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CRPS를 앓고 있는 환자입니다. 최악의 고통을 경험하고 이겨내는 과정을 고백하는 중에 하나님을 예배하고 말씀을 묵상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기도를 드렸다고 고백합니다. 그렇게 성경을 일독하고 성경을 덮으면서 드린 고백이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고백이었다고 말합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면서 드린 질문은 일반인으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하거나 기대하거나 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우리는 그 중간에 서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이 땅에서 계속되어야 하고 그 중에도 우리의 믿음은 거듭 고백되어야 합니다. 기도하기는 그 모든 순간에 선하신 하나님을 경험하고 고백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은 그런 기대를 풍성히 채우시는 하나님이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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