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5 11:59

어버이주일을 지나며

조회 수 18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april-723022_960_720.jpg

 


어버이주일을 준비하다가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미국에서 방영한 ‘판사’(The Judge)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기고한 글입니다.
 
이 드라마는 로버트 프랭클린이라는 나이 지긋한 가정법원 판사가 주재했던 실제의 판례를 드라마화한 것입니다. 그중 한 에피소드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느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마다하고 자기가 키우던 개에게 1억 5천6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상속하자 아들 부부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아들부부, 피고는 개와 개의 관리인입니다. 재판 개시와 함께 피고측 변호사가 사건의 개요를 밝히면서 비디오로 녹화된 어머니의 유언을 공개했습니다. 6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부인이 일어서서 비디오 카메라를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유언을 시작했습니다. 

 

그 부인은 서두에 “나를 돌았다고 보지 마라 나는 아주 멀쩡한 정신으로 이 유언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개를 가리키면서 “나의 유산 1억 5천 6백만 달러를 여기 앉아 있는 프레드 3세(개의 이름)에게 상속한다, 그가 죽으면 그 돈은 고아원과 동물애호협회에 기증하라. 그동안 돈은 그의 관리인이 관리하게 하고 그에게는 연 5만 달러를 지급하라. 아들에게는 내키지 않지만 1백만 달러를 상속한다. 단 아들이 이 유언에 불복하여 문제를 일으키면 1달러만 주라”고 아주 또렷또렷 하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아들부부는 자기들이 어머니에게 잘 했노라고 항변했지만 어머니의 생일을 묻는 질문에는 전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프랭클린 판사는 “아들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1달러만 상속 받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에 무거운 질문을 갖게됩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어도 자기의 마음을 위로해주던 개보다도 더 못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며 그래도 이렇게 유언한 어머니도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함께 듭니다.

 

그러고 찾아보니 세상에는 자식이 아니라 자기가 기르던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일이 꽤 많은 모양입니다. 가정이라는 소중한 울타리가 점점 깨어지고 약해져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어버이주일을 지납니다. 그 때마다 나를 향한 질문과 생각을 하게됩니다.  “나는 어떤 아들이며 어떤 아버지인가?” 늘 그렇지만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특별히 먼곳으로 와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느끼는 죄송스러움은 오늘 같은 날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사실 좋은 자식이며 부모가 되는 일은 그리 깊은 고민을 해야하거나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생각과 감정이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랑을 통해 표현되는 것일겁니다.

 

그럼에도 나에게 질문하고 우리의 주변으로 눈을 돌리면 참 좋은 부모와 자녀들의 모습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고 또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버이주일을 지나면서 오늘이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부모님에게 전화라도 드리고 사랑하다고 고백해 보길 원합니다. 오늘이라도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맛있는 식사라도 나누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식사 한 끼이지만 함께 나누는 식탁이 식구라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작은 공동체의 본질을 생각나게하고 그 안에서 주신 사랑의 행복을 경험하게 해 주리라고 믿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의 영원한 아버지가 되시고 우리의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을 기억하며 예배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1. 광야에서 만나는 기쁨

    한동안 “광야를 지나며”라는 찬양을 듣고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히즈윌이란 팀이 부른 찬양입니다. 여러 사람이 찬양을 불렀고 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미국 청년이지만 한국에 와서 공부하면서 길거리에서 찬양 사역...
    Date2019.07.17
    Read More
  2. “어둠 속에서 찾은 위로”

    매주마다 주보에 글을 쓰면서 거의 매번 한숨을 쉽니다. 어쩌자고 어리석은 일을 시작해서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후회와 함께 말입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꼭 글을 통해 해야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이렇게 매주마다 무엇인...
    Date2019.07.09
    Read More
  3. 풀도 아프다

    어떤 시인은 풀에서 향기가 난다고 했습니다. 풀이 베어진 자리에서는 향기가 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 향기에 취해 아픈것도 잊어버린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도 잘 자라는 잔디를 깎다가보면 그 풀이 베어진 자리에서 나는 것이 향기로 느껴지지...
    Date2019.06.26
    Read More
  4. 사랑과 기다림

    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우리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어머니의 태속에서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날을 기다리고 아이일때는 어른이 될 날을 기다립니다. 학교에서 방학을 기다리기도하고 졸업...
    Date2019.06.18
    Read More
  5. 나는 어디에 서있나?

    가정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의 특징은 이곳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상황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품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들을 지으신 아버지나 어머니의 책임(?)이 우리들의 삶에서 좋은 쪽으로든 나쁜(?)쪽으로든 드러나는 것을 봅니다. ...
    Date2019.06.12
    Read More
  6. 나무처럼

    누가 그런 글을 썼더군요. 예수님의 삶은 마치 나무와 같다고 썼습니다. 아니 나무를 닮았기도 하지만 늘 나무와 관계가 있었고 그 나무를 통해 예수님의 성품을 보여주시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실 때부터 낮고 천한 곳인 말구유에 누이셨고 이 땅...
    Date2019.06.04
    Read More
  7. 느리게 생각하기

    매주 칼럼을 쓰기 위해서 애를 써보지만 가진 재능에 한계가 있어서 항상 힘이듭니다. 그래도 부족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조금이나마 설교가 아닌 글을 통해서 생각을 나누고 대로는 위로를 혹은 격려나 도전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글들을 잘 쓰는 ...
    Date2019.05.29
    Read More
  8. 길 위에서

    카를로스 카스타네다는 <돈 후앙의 가르침>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여행하는 길은 오직 한 가지 길뿐, 즉 마음이 담겨 있는 길이다. 어떤 길이든 마음이 담겨있는 길로 나는 여행을 한다. 여행하면서 그 길을 끝까지 다 걸어 보는 것! 그것만...
    Date2019.05.21
    Read More
  9. 어버이주일을 지나며

    어버이주일을 준비하다가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미국에서 방영한 ‘판사’(The Judge)라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기고한 글입니다. 이 드라마는 로버트 프랭클린이라는 나이 지긋한 가정법원 판사가 주재했던 실제의 판례를 드라마화한 것...
    Date2019.05.15
    Read More
  10.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2014년 8월, 진화생물학자이자 유명한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에게 한 여성이 가상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물었습니다. “제가 정말로 다운증후군 아이를 임신한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정말 윤리적 딜레마가 아닐 수 없군요.” 도킨스는 몇 초 ...
    Date2019.05.0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