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6 11:26

가을에는

조회 수 1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50f524fc9876834022b8bbd5c5ff1f8d.jpg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입니다. 그는 아버지가 목사님이었고 아버지를 따라 간 평양에서 숭실대학을 다니면서 시를 써 등단했던 시인입니다. 특별히 고독이란 문제에 천착했던 시인은 자주 고독에 대해 노래했고 그의 시는 그런 인간의 고독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해 내었습니다. 우리가 가을이면 자주 읍조리는 가을의 기도 역시 그런 배경에서 쓰여졌을 것입니다.

 

시인은 가을에는 기도하기를
또 가을에는 사랑하고 호올로 있기를 노래합니다.

 

독실한 그리스도인이 었던 시인은 깊은 고독의 가을을 기도하면서 때로는 사랑하면서 그리고 홀로 하나님 앞에서 구원을 간절히 사모하면서 노래했습니다. 

 

크리스찬 창조문예지에서 시인을 돌아보고 그의 시세계를 살펴보면서 그의 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고독은 하나님을 잃어 버린 이의 고독이자 그의 구원을 사모하는 사람의 고독이라고 말입니다.

 

시인도 스스로의 고독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신을 잃은 고독이다. 내가 지금까지 의지해 왔던 거대한 믿음이 무너졌을 때에 허공에서 느끼는 고독이다.”  “그러나 나의 고독은 구원에 이르는 고독이 아니라 구원을 잃어버리는, 구원을 포기하는 고독이다. 그러므로 나의 고독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진정한 고독이다”

 

어쩌면 그가 믿음을 잃어 버렸을 때에 그는 지독한 고독에 빠져 있었는지 모릅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펜을 꺽고 시를 쓰지 않았었던 그가 6.25가 지나고 나서 이렇듯 썼으니 그의 삶에 닥친 어려움과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속에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잃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고혈압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었던 1973년 이후 김현승 시인이 지은 시를 살펴보면 하나님께로 철저히 돌아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이후 “이러한 중에 나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어느 겨울에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나의 느낌으로 죽었던 것이다. 그러나 며칠 만인가, 얼마 만에 나는 다시 의식을 회복하고 살아나게 되었다. 죽은 가운데서 누가 나를 살렸을까? 나는 확신한다! 그분은 나의 하나님이시다. 나의 부모와 나의 형제들, 나의 온 집안이 모두 믿고 지금도 믿고 있는 우리의 신인 하나님이 나에게 회개의 마지막 기회를 주시려고 이 어리석은 나를 살려 놓으신 것이다”라고 그의 체험에 대해 밝혔습니다.

 

결국 하나님께로 돌아 오고 나서야 그의 고독은 사랑 할 수 있는 것으로 또 기도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가을 깊어가는 계절 속에서 때로는 외로움으로 혹은 고독 가운데 서서 나를 돌아 보고 또 나의 삶 가운데 부어진 구원을 기억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이 없이 외로이 이 땅에서 그 고독을 이기기 위해 몸부림 치던 나를 위해 동행하심의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들은 평안에 이르게 됩니다. 나의 삶이 그 평안 가운데 거하기를 소원합니다. 모든 이들을 만나도 그 안에서 누릴 수 없었던 평안과 기쁨이 하나님을 인해 얻어지기를 원합니다.

 

이 가을에 그래서 기도하려고합니다.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아가고 그 은혜를 누리기 위해서, 나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 은혜와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소원하며 조용히 기도의 자리에 서기를 원합니다. 나를 고독에서 건지신 이가 그들도 그렇게 사랑하시기를 기도하면서...

 


  1. 침묵

    “침묵”이란 소설을 쓴 일본의 엔도 슈샤꾸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하나님의 침묵하심과 인간의 연약함에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입니다. 특별히 자신의 연약함을 작품속에서 고백하듯이 드러내면서 그런 연약한 인간을 사...
    Date2015.10.20
    Read More
  2. 가을에는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
    Date2015.10.06
    Read More
  3. No Image

    기억하는 것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선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가 나는 기억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사랑해 주시던 어머님의 품을 기억하고 아버지의 웃음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 인생의 큰 자산이됩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자연을 기억하는 ...
    Date2015.09.29
    Read More
  4. No Image

    열매가 익는다

    가을입니다. 아직은 나뭇잎이 물들지 않아 짙은 가을의 모습은 아니지만 따가운 햇살에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 가을이구나고 느낍니다. 파머스마켓을 가보고는 가을이 한결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온타리오 지역에서 나는 많은 과일이며 농산물들이 풍성합니다....
    Date2015.09.22
    Read More
  5. No Image

    나는 그런 사람인가?

    함석헌 선생님의 글 중에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는 이렇게 의미 깊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Date2015.09.05
    Read More
  6. No Image

    안간힘을 내려 놓으면

    두어주전 어머님을 모시고 토버머리에 갔었습니다. 이 넓은 캐나다 땅이지만 왠만큼 움직여서는 다 비슷한 곳들이어서 그나마 경치가 좋은 곳에 온 식구가 어머니을 모시고 갔었습니다. 지난번에 갔을 때에는 너무 이른 시기여서 물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
    Date2015.08.19
    Read More
  7. No Image

    부끄러움이 없으면

    맹자의 공손추 상편에 보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에 대하여 쓰면서 인, 의, 예, 지라고 하는 기본 덕목을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중에서 마음에 흐르는 내용이 있습니다. <無羞惡之心非人也 무수오지심 비인야>라는 글입니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인간이...
    Date2015.08.12
    Read More
  8. No Image

    오늘은 바람이 서늘합니다

    요즘 여름이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합니다. 마치 늦 가을 저녁무렵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요즘 저녁이면 온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좋은 날씨를 두고서 마냥 행복해하고 즐거워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Date2015.08.07
    Read More
  9. No Image

    같은 자리에서 끝맺기를

    2014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은 에볼라와 싸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에볼라 환자들을 치료하던 도중 미국인 첫 에볼라 감염자가 된 의료선교사 켄트 브랜틀리, 간병활동을 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선교사 낸시 라이트볼등과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특별...
    Date2015.07.21
    Read More
  10. 나와 너

    새벽기도회를 준비하면서 말씀을 묵상하다가 문득 책꽂이에 있는 마틴 부버의 책 [너와 나]에 눈길이 갑니다. 꽤 어렵게 읽었던 기억과 그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첫 시작이 인상적이었것을 떠 올립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만나며 그 안에서 관계를 ...
    Date2015.07.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59 Next
/ 59